삼성·LG, 독일 IFA 2025 출전···AI 스마트홈 공개
삼성전자 '앰비언트 AI'로 일상 속 스며든 AI 홈 솔루션 소개
LG전자, 'AI 가전 오케스트라'와 '공감지능' 선보여

삼성전자와 LG전자가 IFA 2025에 참석해 각자의 스마트홈 솔루션을 공개했다. /사진=구글 제미나이 생성
삼성전자와 LG전자가 IFA 2025에 참석해 각자의 스마트홈 솔루션을 공개했다. /사진=구글 제미나이 생성

| 스마트에프엔 = 양대규 기자 |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IFA 2025는 인공지능(AI)이 가전제품의 부가 기능을 넘어 주거 공간 전체를 지배하는 핵심 운영체제로 진화하는 변화를 명확히 보여줬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 전시회에 개별 '스마트 기기'의 시대가 아닌 집 전체가 사용자를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는 유기적인 '지능형 플랫폼'으로 전환되는 AI 홈의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펼쳐 보였다. 

양사의 경쟁은 개별 제품의 성능을 넘어, 전체 생태계를 관장하는 플랫폼을 누가 선점하느냐의 문제로 이동했다.

삼성전자 '앰비언트 AI'로 일상 속 스며든 AI 홈 솔루션 소개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AI 홈, 미래 일상을 현실로(AI Home - Future Living, Now)'라는 주제 아래, 자사가 보유한 모바일, 디스플레이, 가전 등 막강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스마트싱스(SmartThings)'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앰비언트 AI(Ambient AI)'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사용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AI가 배경에서 스스로 학습하고 예측하여 최적의 생활 환경을 조성하는 '보이지 않는 지능'을 구현하는 것이다. 삼성의 전략은 개별 기기가 아닌, 삼성 생태계 전체가 제공하는 총체적 경험을 핵심 가치로 삼는다.

삼성전자의 핵심 테마인 'AI Home - Future Living, Now'는 AI 기술을 추상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일상에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현재의 솔루션으로 제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다. 

삼성전자 DA사업부장 김철기 부사장은 IFA 개막 전날 열린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삼성의 AI 홈은 단순히 스마트 기기를 넘어, 사용자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필요에 맞춰 적응하며, 가장 중요한 것을 돌보는 집"이라고 정의하며 비전의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   

삼성전자 DA사업부장 김철기 부사장/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DA사업부장 김철기 부사장/사진=삼성전자

이 비전의 기술적 핵심은 '앰비언트 AI' 철학에 있다. 앰비언트 AI는 사용자가 특별히 명령하거나 인지하지 않아도, AI가 일상 환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센서와 IoT 기기들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자동으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를 들어, 집 안의 온도, 습도, 조명, 소리, 움직임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하여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학습하고, 별도의 조작 없이도 최적의 환경을 선제적으로 조성한다. 이는 기존의 '명령-반응' 모델에서 '예측-자동 수행' 모델로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돌봄'은 멀리 사는 가족의 이상 징후를 감지해 알려주는 '패밀리 케어'나 집을 비웠을 때 반려동물을 모니터링하는 '펫 케어' 기능으로 구현되며, '절약'은 AI 기반 에너지 통합 관리를 통해 세탁기는 최대 70%, 에어컨은 최대 30%까지 에너지 사용량을 절감하는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된다.   

또한 삼성전자 AI 홈 전략의 가장 큰 차별점은 각기 다른 영역에서 발전시켜 온 AI 브랜드를 '스마트싱스'라는 단일 플랫폼 아래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데 있다. 이는 단순한 기기 연결을 넘어, 각 영역의 AI가 상호 작용하며 시너지를 창출하는 고도로 통합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전의 비스포크 AI ▲디스플레이의 비전 AI ▲모바일의 갤럭시 AI를 '스마트싱스'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어 지휘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더욱 고도화된 비전 AI 컴패니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퍼플렉시티 등 글로벌 유수 AI 테크 업체들과의 파트너십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AI 가전 오케스트라'와 '공감지능' 선보여

LG전자는 이번 IFA 2025에서 'LG AI 가전의 오케스트라(LG AI Appliances Orchestra)'라는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테마를 통해 보다 구체적이고 상호작용적인 '공감지능(Affectionate Intelligence)'을 제안했다. 이 전략의 핵심에는 새롭게 공개된 전용 하드웨어 허브 'LG 씽큐 온(ThinQ ON)'이 있다. 생성형 AI를 탑재한 이 허브는 집안의 모든 기기를 지휘하는 '지휘자' 역할을 하며, 사용자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집을 제어하는 중앙 집중형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고자 한다. 이는 연결된 기기의 브랜드와 무관하게 집의 '두뇌'가 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담고 있다.

LG전자 AI 홈 비전의 중심인 'AI 가전 오케스트라'는 개별 AI 가전들이 각자의 역할만 수행하는 '독주자'가 아니라, 중앙의 지능적인 '지휘자'의 지휘 아래 서로 조화롭게 협력하여 완벽한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와 같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LG전자는 전시관 입구에 21대의 AI 가전을 실제 오케스트라처럼 배치하고, 미디어월 속 지휘자의 움직임에 따라 가전들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미디어 아트를 통해 이 개념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LG전자 공감지능은 사용자의 말과 행동, 상황의 맥락까지 이해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AI를 지향한다. 

LG전자 HS사업본부장 류재철 사장은 "고객의 삶과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는 AI 홈 솔루션"을 강조하며, 단순한 명령 수행을 넘어 사용자와 감성적으로 교감하는 AI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LG전자 HS사업본부장 류재철 사장/사진=LG전자
LG전자 HS사업본부장 류재철 사장/사진=LG전자

LG전자 전략의 또 다른 핵심 축은 유럽 시장에 대한 철저한 현지화이다. LG전자는 단순히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을 넘어, 현지 가정 방문 조사와 AI 기반 고객 데이터 분석을 통해 유럽 소비자의 생활 방식에 최적화된 제품을 선보이는 데 주력했다. 높은 에너지 효율을 중시하는 유럽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업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절감 기술을 적용하고, 좁은 가옥 구조에 맞춰 벽에 밀착 설치가 가능한 '제로 클리어런스' 힌지를 적용하는 등 실질적인 사용 환경을 고려한 디테일에 집중했다. 

LG전자가 이번 IFA 2025에서 발표한 가장 중요한 혁신은 중앙 집중형 AI 전략을 상징하는 전용 하드웨어 허브, 'LG 씽큐 온(ThinQ ON)'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생성형 AI를 탑재한 AI홈 허브 ‘씽큐 온’과 이와 연동되는 ‘LG IoT 디바이스’를 한국에 이어 유럽 주요국에 출시할 예정"이라며 "생성형 AI가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AI가전과 IoT 기기를 최적의 상태로 제어하는 비가역적인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이 LG 가전을 계속 구매하게 하는 락인(Lock-in)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IFA 2025를 계기로 유럽 시장에 ‘LG 씽큐 AI’ 서비스를 본격 론칭해 AI 가전 대세화에도 앞장선다. 씽큐 AI는 ▲기존 가전에 새로운 AI 기능을 지속 업그레이드하는 ‘씽큐 업(ThinQ UP)’ ▲고장이나 이상징후 등 제품 상태를 손쉽게 관리하는 ‘씽큐 케어(ThinQ Care)’ 등 2가지가 핵심이다. 한국과 미국 중심으로 운영되던 씽큐 AI의 기능을 유럽에서도 연결되는 제품군과 국가를 늘려 고객이 가전을 구매한 이후에도 계속 더 좋아지는 사용 경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삼성·LG, 동일한 목표에 서로 다른 AI 접근 방식 선보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 홈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이번 IFA 2025에서 드러난 양사의 접근 방식은 철학, 아키텍처, 혁신의 초점에서 일부 차이를 보였다.

삼성의 전략은 완벽하게 통합된 단일 브랜드 생태계의 힘을 통해 자동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한다. LG의 전략은 다양한 브랜드의 기기들이 혼재하는 실제 환경을 제어할 수 있는 뛰어난 중앙 집중형 인터페이스가 시장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한다.

업계는 이번에 제시된 양사의 기술들로 소비자들의 기대가 '스마트폰으로 조명을 제어할 수 있는가?'라는 단순한 요구에서 '나의 집이 나의 필요를 예측하는가?'로 전환할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 충성도를 둘러싼 경쟁은 단순히 연결된 기기의 수가 아니라, AI가 주도하는 자동화와 상호작용의 '질'을 중심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다음 경쟁은 데이터와 개인화를 둘러싸고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AI 홈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가장 효과적이고 윤리적으로 활용하여 진정한 맞춤형 예측 경험을 제공하는 기업이 궁극적으로 시장의 승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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