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 위에서 배운 브레이크, 그리고 '더 좋은 차'의 의미
| 스마트에프엔 = 김동하 기자 | 강원 인제 스피디움에서 토요타코리아가 '토요타 가주 레이싱 모터스포츠 클래스'를 최초로 기자단에게 선보였다. '가주 레이싱 모터스포츠 클래스' 현장은 기자들을 단번에 비일상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운전의 즐거움'을 몸으로 느껴보라는 초대장은, 단순한 시승회가 아니라 토요타가 왜 모터스포츠에 진심인지 직접 체험하게 하는 자리였다.

풀 가속보다 낯선 풀 브레이킹
"대부분 운전자가 풀 가속은 해봤지만, 풀 브레이킹은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첫 순서인 이론 강의에서 인스트럭터의 한 마디가 귀를 사로잡았다.
그 순간, 나 역시 고개를 끄덕여졌다. 생각해보니 내 차의 제동 거리조차 정확히 알지 못했다. 시트 포지션, 페달 밟는 위치, 스티어링 휠 높이까지 하나하나 다시 점검하면서 '운전 자세가 곧 제어 능력'이라는 말을 체감했다.

슬라럼에서 느낀 무게중심의 흔들림
첫 번째 주행 코스는 슬라럼. 라바콘 사이를 지그재그로 파고들며 핸들을 꺾자 차체가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단순한 놀이처럼 보였지만, 차량의 무게중심 이동을 읽어내고 부드럽게 제어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다. 핸들을 꺾는 내 손끝과 차체의 반응 사이의 미묘한 지연을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두 번째는 코너링 브레이킹. 고속으로 진입한 뒤 브레이크를 밟고, 이후에는 서서히 풀어내며 코너를 빠져나가는 방식이다. 순간적으로 앞바퀴가 미끄러지려는 감각이 몰려왔지만, 접지력을 믿고 액셀을 다시 밟자 차체가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으로 코너를 빠져나갔다. 코너를 돌며 “브레이크는 밟는 게 아니라 푸는 것”이라는 인스트럭터의 조언이 떠올랐다.
마지막은 레인 체인지. 좁은 차선에 세워둔 라바콘을 피해 연속 차선 변경을 시도하자 심장이 요동쳤다. 찰나의 순간, 브레이크와 핸들 조작을 동시에 요구하는 긴장감은 일상의 도로와는 전혀 달랐다. 하지만 안전하게 세팅된 코스라는 믿음 덕분에 오히려 과감해질 수 있었다.

챔피언이 전하는 노하우
교육은 현역 프로 드라이버가 직접 맡았다. '토요타 가주레이싱 6000 클래스' 챔피언인 정의철 선수는 핸들링과 브레이킹 타이밍에 대해 조언을 건넸다.
"스포츠 드라이빙은 단순한 속도 경쟁이 아닙니다. 돌발 상황에서 차를 제어할 수 있는 것, 그게 진짜 기술입니다"
그의 말처럼 단순한 속도감이 아닌 '제어의 쾌감'에 집중하게 됐다.

GR86으로 경험해 본 드리프트
모든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GR86 택시 드리프트'였다. 조수석에 앉자 231마력의 수평대향 엔진이 내는 배기음이 심장을 울렸다.
프로 드라이버는 뒷바퀴를 미끄러뜨리며 빗물 사이로 완벽한 8자 궤적을 그려냈다. 차체가 좌우로 흔들릴 때마다 몸도 격렬히 흔들렸지만 동시에 드라이버의 제어력을 믿은 탓에 불안감은 없었다.
체험을 마친 뒤 "앞서 배운 기술들을 종합해서 숙련되면 이렇게 구현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좋은 차는 트랙에서, 빛은 일상에서
김형준 토요타코리아 이사는 "모터스포츠는 토요타가 추구하는 '더 좋은 차 만들기'의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배운 모든 기술은 단순히 레이싱에만 필요한 게 아니었다. 급제동, 급격한 차로 변경, 타이어 접지력 관리 등 모두가 일상 도로에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기본기였다.
서킷을 떠나며 떠오른 결론은 "더 좋은 차는 트랙에서 단련되고 일상에서 빛을 발한다"였다. 토요타가 말하는 '진심'은 인제 스피디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