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H-1B 비자 수수료 10만 달러 인상
각국 "인재 유치 기회" 맞불 전략

| 스마트에프엔 = 정윤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문직 취업 비자인 H-1B 신청 수수료를 대폭 인상하자 각국 정부가 이를 역이용해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에 나섰다. 미국을 떠날 우려가 커진 외국인 기술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23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행정명령에 서명해 기존 1000달러 미만이던 H-1B 비자 수수료를 10만달러로 올렸으며, 이 조치는 21일부터 발효됐다.
신규 신청뿐 아니라 갱신과 기존 소지자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자 미국 내 기술 산업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은 직원들에게 출국을 자제하고 해외 체류 중이라면 즉시 귀국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백악관은 신규 신청에만 적용된다고 해명했지만 시장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변화를 기회로 삼아 인재 유치를 노리고 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정책에 논평하지 않겠다"면서도 "전 세계 인재가 중국에 와서 뿌리내리길 환영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다음 달부터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 인재가 취업 제안 없이 입국해 학업과 연구를 병행할 수 있는 신규 비자를 시행할 예정이다. 인공지능, 양자, 휴머노이드 로봇 등 첨단 분야에서 인재 확보에 집중하는 행보다.
영국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세계 최고 대학 졸업자나 권위 있는 상 수상자를 대상으로 비자 수수료를 전면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당초 논의 중이던 정책이었지만 미국의 결정 이후 추진 속도가 빨라졌다. 독일 역시 디지털 산업계가 "최고의 인재를 유럽으로 끌어올 기회"라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각 부처에 미국 정책 변화를 활용해 과학자와 공학자를 유치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대학들은 유학생 비자 제한 논란 이후 미국에서 학업이 어려워진 학생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비자 정책이 미국 내 기술 인력 부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앞서 미국 이민국 자료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에 승인된 H-1B 비자의 64%가 컴퓨터 관련 직종에 집중됐고, 건축 엔지니어링 측량 분야가 10% 교육이 6%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초강경 조치가 곧바로 각국의 ‘인재 쟁탈전’으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구도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