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인 투자자 순매수 4000억원 돌파
연내 금리 인하 전망에 단기 과열 우려도

이미지=스마트에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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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에프엔 = 정윤호 기자 |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로 몰려들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와 지정학적 불안이 겹치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커졌고 자산운용사들까지 보수 인하 경쟁에 나서면서 투자 열기를 부추기고 있다.

26일 ETF체크와 코스콤 집계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KRX 금시장에서 총 4386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이는 7월 261억원, 8월 845억원과 비교하면 가파른 증가세다.

최근 일주일간(9월18~25일)만 보더라도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RX금현물’ 587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RX금현물’ 464억원 등 주요 ETF가 각각 순매수 상위권에 올랐다. 최근 한 달 누적 기준으로는 두 상품이 각각 1278억원 1013억원 순매수됐다.

이 같은 흐름은 글로벌 금값 강세와 맞물려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3일 국제 금 선물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3775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고 이후 3800달러를 넘어섰다. 국내 금 현물 가격도 g당 17만7960원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금값 상승 배경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전환과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를 지목한다. 연준이 연내 금리를 두 차례 더 내릴 수 있다는 전망 속에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자 금 가격이 반대로 뛰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충돌이 이어지면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수 규모도 늘어나고 있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금 수요는 4974톤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금 관련 상품을 폭풍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개인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금 관련 상품을 폭풍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향후 전망도 상승세가 우세하다. NH투자증권은 향후 12개월 금 가격 목표치를 온스당 4000달러로 제시했다. JP모건은 2026년 말까지 4250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고 골드만삭스는 미국채 비중이 줄어들 경우 50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현재 금 랠리가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시작됐다”며 “중앙은행 기조 변화가 없다면 내년 말까지 상승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단기 과열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금값은 약 18% 급등하며 변동성 확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상 최고치 국면에서는 단기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며 “분할 매수 전략과 중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자산운용사들은 투자 수요 확대에 발맞춰 보수 인하에 나섰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ACE KRX금현물의 보수를 0.50%에서 0.19%로 낮췄고 NH아문디자산운용도 HANARO 글로벌금채굴기업 ETF 총보수를 0.45%에서 0.15%로 인하했다. 이는 장기 투자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한편, 금이 전통적 안전자산으로만 기능하지 못했던 사례도 있다. 2020년 코로나19 초기 글로벌 증시 폭락 당시 헤지펀드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금을 매도하면서 가격이 1700달러에서 1400달러대로 급락한 바 있다. 올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직후에도 금값은 6%가량 하락했다. 이처럼 단기 변동성 위험이 존재하지만 금 ETF를 통한 개인 자금 유입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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