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셧다운 우려·달러 약세로 국제 금시세 3800달러 돌파

| 스마트에프엔 = 정윤호 기자 |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글로벌 안전자산 시장의 열기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미국 달러 약세와 경기 둔화 우려가 겹치면서 국제 금 시세는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금 투자 열풍이 확산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금 1온스(28.35g) 가격은 3800달러를 돌파해 3819.81달러로 마감했다. 주간 기준 6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같은 날 시카고상품거래소(COMEX)에서도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이 380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온스당 2641달러였던 국제 금값은 올해 들어 약 45% 상승했다.
금값 상승은 미국 정치·경제 상황과 직결된다. 미국의 회계연도가 30일 자정을 기점으로 종료되지만 임시 예산 결의안 통과 가능성이 낮아 연방정부 셧다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셧다운이 현실화되면 노동부의 9월 고용동향 보고서를 비롯한 주요 경제 지표 발표가 중단된다.
이미 고용시장은 약세 신호를 보이고 있다. 7월 신규 고용은 ▲7만9000명 ▲8월은2만2000명 증가에 그쳐 월 10만명 이상 늘어야 하는 기준치를 밑돌았다. 이런 흐름은 연준의 10월 말 금리인하 전망을 강화하고 있으며 달러 약세로 이어져 금 매수세를 자극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이 운영하는 골드뱅킹 계좌 수는 지난 25일 기준 30만7564좌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말 26만4341좌 대비 16.35% 늘었으며 계좌당 평균 투자금액은 272만~525만원 수준이다. 총 잔액은 1조2000억원을 돌파해 1년 새 85% 이상 증가했다.
금 실물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5대 은행이 판매한 골드바 금액은 지난 8월 말 3500억원을 넘어서 지난해 전체 판매액 1654억원을 이미 두 배 이상 초과했다. 신한은행에서는 이달 25일까지 581억원 규모의 골드바가 팔려 올해 누적 판매금액이 3000억원을 넘어섰다. 하나은행이 6월 출시한 금 실물신탁도 판매 개시 후 세 차례 한도(회차별 40억원)를 모두 소진할 정도로 수요가 몰렸다.
전문가들은 금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서도 단기 차익보다는 장기적 분산투자를 권고한다.
이흥두 KB국민은행 서울숲PB센터장은 “연말까지 연준 금리 인하 폭에 따라 금 가격은 온스당 4000달러 이상도 가능하다”며 “다만 연준의 기조 변화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자산관리그룹 관계자는 “자산의 5~10%를 금에 배분하는 분산투자가 적절하다”며 “현재 가격 부담이 큰 만큼 조정 국면에서 적립식 분할 매수를 권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