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총재.  /사진=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총재.  /사진=연합뉴스

| 스마트에프엔 = 양대규 기자 | '여자 아베'로 불린 강경 보수 성향 정치인 다카이치 사나에가 세 번째 도전 끝에 일본 최고 권력자의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일본 자민당은 4일 실시한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제29대 신임 총재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다카이치 총재는 1955년 자민당 창당 이래 첫 여성 총재로 기록됐으며, 15일 국회 총리 지명 투표를 거쳐 일본 역사상 첫 여성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도쿄 당사에서 열린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 총재는 1차 투표에서 183표를 얻어 164표를 기록한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을 앞섰다. 하지만 과반(295표) 확보에 실패해 결선에 돌입했고, 이어진 결선투표에서 185표 대 156표로 승리하며 최종 승자가 됐다.

지난해 9월 총재 선거에서 당시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게 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던 다카이치 총재는 세 번째 도전 끝에 일본 정치의 정점에 섰다.

이번 선거는 5명이 출마해 ‘1강 2중 2약’ 구도로 전개됐다. 선거 초반에는 고이즈미 농림상이 젊은 개혁 이미지로 선두를 달렸고, 다카이치 전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이 결선 진출권을 놓고 각축을 벌였다.

특히 고이즈미 후보는 전 총리인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차남으로 ‘세습 정치인’ 이미지를 지녔으며, 실수를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무난하게 표를 모았다. 반면 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후보는 아베 신조 전 총리와 가까운 인사로 꼽히며 ‘여자 아베’라는 별칭을 얻었고, 자민당 보수층과 당원들의 결집을 이끌어냈다.

선거전 막판에는 계파 정치의 영향력도 변수로 거론됐다. 자민당은 2023년 비자금 스캔들 이후 파벌 해체를 선언했지만, 아소파·기시다파 등 주요 계파의 수장들이 여전히 소속 의원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표심이 어디로 쏠릴지가 관심이었다. 결국 결선에서 계파 간 조율이 다카이치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다카이치 총재는 일본 정치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자민당 역사상 첫 여성 총재일 뿐 아니라, 내각제 하에서 제1당 대표가 총리에 선출되는 관례를 감안하면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지난해 10월 총선 결과 자민당은 소수 여당으로 전락해 단독으로 총리 선출을 확정짓기는 어렵다. 그러나 야당이 단일 후보를 내는 데 실패하며 표가 분산될 것으로 보여, 원내 제1당 대표인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로 선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본 정부는 오는 15일 임시국회를 소집해 총리 지명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다카이치 총재가 무난히 총리로 선출될 경우, 일본은 사상 첫 여성 총리 시대를 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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