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AI는 닷컴버블과 다르다 수조달러 규모 전환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4일(이하 현지시간) 삼성전자의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관련, 인증 테스트에 실패한 적이 없다면서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4일(이하 현지시간) 삼성전자의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관련, 인증 테스트에 실패한 적이 없다면서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 스마트에프엔 = 정윤호 기자 | 인공지능(AI) 산업의 거품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AI 수요는 실제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히며 시장 불안을 잠재우려는 메시지를 내놨다. 반면 주요 AI 기업들이 주고받기식 투자 구조를 이어가면서 ‘순환 거래’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9일(현지 시각) 미국 CNBC에 따르면 황 CEO는 지난 8일 인터뷰에서 “올해 지난 6개월 동안 컴퓨팅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며 “2000년 닷컴버블 당시 인터넷기업 전체 가치가 400억달러에 불과했지만 현재 AI 인프라를 구축 중인 하이퍼스케일러들은 2조5000억달러가 넘는 실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제 수조달러 규모 전환기에 막 들어섰다”고 덧붙였다.

황 CEO의 발언 직후 흔들리던 AI 관련주가 반등했다. 투자 전략가 로스 메이필드는 “AI 산업은 칩과 소프트웨어 수요라는 실체가 뒷받침되고 있다”며 “엔비디아가 이를 확인한 점이 시장 신뢰를 회복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AI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구조가 실제 수익보다 외형을 키우는 ‘자전거래’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AMD는 최근 오픈AI와 전략적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AI칩 MI450을 오픈AI가 수천억달러어치 구매하기로 한 것이다. 그 대가로 AMD는 오픈AI에 주당 0.01달러에 최대 1억6000만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현재 AMD의 주가는 235.56달러다. 오픈AI는 이 거래를 통해 GPU 확보 비용을 줄이고 AMD는 매출과 시가총액 상승을 노릴 수 있는 구조다. 리사 수 AMD CEO는 “AI 생태계 발전을 위한 윈윈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엔비디아도 오픈AI에 최대 1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오픈AI는 이 자금을 엔비디아 칩 임차(리스)에 사용할 계획이다. 엔비디아가 xAI에 20억달러를 투자하고 xAI가 이를 바탕으로 엔비디아 칩을 다시 구매하는 거래도 예정돼 있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순환 구조가 수조달러 규모의 AI 붐을 인위적으로 떠받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현재 기업가치 평가는 25년 전 닷컴버블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며 “거품이 꺼질 경우 세계 경제 성장률이 하락하고 금융시장의 취약성이 드러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업계는 지나친 비관론에 선을 긋는다. 황 CEO는 “현재의 AI 투자는 부채 중심의 닷컴버블과 달리 빅테크의 자체 자금력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AI는 이미 실체를 갖춘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역시 “AI산업에 거품이 있더라도 이는 기술혁명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산업 전반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도 “지금 일부 영역에 거품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새로운 기술이 확산되는 과정의 일부”라며 “AI는 인류가 경험한 어떤 혁신보다 더 빠르고 강력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스마트에프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