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와 셧다운이 만든 사상 최고가
유럽선 황금 유물 노린 범죄까지 확산

최근 청동기 시대 황금 장신구 등이 도난당한 세인트 페이건스 국립 역사 박물관. /사진=BBC 캡처
최근 청동기 시대 황금 장신구 등이 도난당한 세인트 페이건스 국립 역사 박물관. /사진=BBC 캡처

| 스마트에프엔 = 정윤호 기자 | 국제 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4000달러를 돌파하며 세계 금융시장이 ‘황금 광풍’에 휩싸였다. 미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와 달러 약세, 금리 인하 기대가 맞물리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급격히 커졌고 각국 중앙은행과 투자자금이 금으로 몰리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다만 이 같은 황금 열기는 투자 시장을 넘어 유럽 전역에서 황금 유물을 노린 절도 범죄로까지 번지고 있다.

10일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12월 인도분 금 선물은 온스당 4070.5달러에 마감했다. 전날 4004.4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처음 4000달러선을 넘어선 이후 이틀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금값은 올해 초 대비 50% 이상 상승했다. 이는 1979년 중동 오일 쇼크 이후 45년 만의 최고 폭등이다. 같은 날 은값도 온스당 49.57달러까지 치솟으며 2011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승이 달러 약세와 금리 인하 기조, 인플레이션 압력, 셧다운 불안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JP모건은 과거 7차례 금리 인하 사이클 중 6차례에서 금값이 평균 7.2%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다영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실질금리 하락 기대가 높아지면 채권의 매력은 떨어지고 금의 선호도는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금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도 금값 상승을 견인했다. 8월 기준 ETF 금 보유량은 3691t으로 202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이 러시아 외환보유고를 동결한 이후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달러 자산을 줄이고 금 비중을 늘린 것도 가격 상승의 배경이 됐다.

로스앤젤레스 한 귀금속 센터의 금화 ./사진=연합뉴스
로스앤젤레스 한 귀금속 센터의 금화 ./사진=연합뉴스

다만 금값 급등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 최근 유럽 각국의 박물관들이 황금 유물을 노린 절도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6일 영국 웨일스의 세인트 페이건스 국립 역사 박물관에서는 청동기 시대 황금 장신구가 도난당했다. 경찰은 “용의자 두 명이 절단기를 이용해 비상문을 부수고 박물관에 침입했다”고 밝혔다. 이 박물관은 웨일스의 대표적 역사 유적으로 빅토리아 시대 건물과 중세 교회 등이 복원돼 있다.

프랑스 파리의 국립 자연사 박물관에서도 지난달 16일 금 원석 표본 네 점이 도난당했다. 표본은 18세기 프랑스령 기아나에서 발견된 원석, 미국 골드러시 시기 채굴된 금, 호주에서 발견된 5㎏짜리 금덩어리 등으로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크다. 표본의 총 가치는 약 60만유로 한화로 10억원에 달한다. 범인들은 방탄 유리를 가스 절단기로 부수고 표본을 훔쳐 달아났다. 프랑스 경찰은 도둑들이 유물을 그대로 유통하기보단 녹여 금괴 형태로 바꾼 뒤 불법 시장에서 판매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올해 1월에는 네덜란드 드렌츠 박물관에서 루마니아 국보급 황금 투구와 팔찌가 도난당했다. 이 투구는 기원전 450년경 제작된 ‘코토페네슈티의 황금 투구’로 루마니아인의 조상인 다키아인의 문화와 신화를 상징하는 유물이다. 사건이 발생하자 루마니아 국민은 격렬히 반발했고 외교 갈등으로 비화하면서 박물관장이 해임됐다.

한편, 전문가들은 유럽 내 박물관들이 수백 년 된 건물 구조로 인해 보안이 취약하고 최근 사이버 공격 등으로 경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점을 지적한다. 실제 파리 국립 자연사 박물관은 도난 몇 주 전부터 영상 감시 장치가 중단된 상태였고 네덜란드 박물관은 야간 경비 인력이 배치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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