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변화, 파리의 구멍가게가 K푸드 거점으로
K Mart에서 신라면·불닭 사는 현지인들

| 스마트에프엔 = 김선주 기자 | 파리 오페라 거리 한복판. 점심 무렵 Rue Sainte-Anne 골목에 자리한 K Mart 매장에는 김치와 불닭볶음면, 고추장을 담은 프랑스인들의 장바구니가 가득하다. 10여 년 전만 해도 교민과 유학생, 관광객이 주로 찾던 구멍가게 같았던 이곳은 이제 현지인 일상 속 슈퍼마켓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요즘은 ‘C’est bon?’(맛있어요?) 같은 프랑스말이 한국말보다 더 많이 들려요.”
매장 직원의 말처럼, 오페라 거리의 한인마트는 더 이상 ‘이국적인 공간’이 아니다.

한인타운 작은 가게에서 파리 중심지 5곳까지 확장한 K Mart
K Mart는 2006년 파리 한인타운(루생탕 등)에서 시작된 한국인 운영 아시아 식품점이다. 현재는 파리 중심부 5개 지점(오페라, 샹젤리제, 샤틀레 등)으로 확장했다. 한국에서 유학 온 교민들이 김치를 사러 갔던 '구멍가게'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5개 지점 모두 현지인이 더 많다. 인기 상권 지점은 관광객으로 붐벼 이른 오전이나 저녁 시간대에 방문하면 좋다는 게 K Mart 직원의 설명이다.

10월 10일 방문했을 당시 마트엔 한국인보다는 현지인이 더 많았다. 몇몇은 자주 찾는 단골인지 마트 직원한테 "바로 먹을 수 있는 반찬을 사러 왔다", "저번에 알려준 레시피대로 요리했더니 맛있었다. 다른 것도 추천해 달라"고 말했다.

계산대에는 한국인 직원이 있었다. 매장 한쪽에서는 즉석 식품을 조리해 판매하고 있었는데, 이 또한 한국인 직원들이 직접 운영하는 주방으로 보였다. 매장 직원은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계 사람들이었다.
직원들은 매장 내 현지어(프랑스어) 안내문 비중 증가했고 매대 구성도 한국식품 중심에서 일본·중국, 그리고 프랑스인 취향의 ‘퓨전 제품’으로 확대됐다 했다. 튀김가루부터 베지밀까지 한국 상품도 다양했다. 관광객보다는 인근 직장인·거주민이 주 고객층으로 이동한 모습이었다.

한 20대 프랑스인 남성은 "K Mart에서 라면과 과자를 자주 산다. 어떤 한국인이 샹젤리제 거리에서 '한국 음식 먹고 싶다' 하길래 K Mart를 추천해 주기도 했다"며 "신라면, 불닭볶음면은 물론이고 고추장, 밤, 유자차 등이 인기가 많다"며 웃었다.

파리 내 K-푸드 인기 실감
한인마트가 큰 인기를 끌자 2020년에는 ACE Mart도 생겨났다. 마찬가지로 한국인이 운영하며, 루브르 등 인기 상권에 자리 잡았다. 2021년 아시아 식품업체 ‘Corée & Japon Foods’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두 브랜드 모두 파리의 ‘핫존’ 오페라 거리, 샹젤리제, 샤틀레 등 관광·상권 중심가를 거점으로 삼고 있다. 프랑스 전 지역으로 배달까지 가능하다.
두 마트의 공통점은 ‘프랑스 법인으로 자리잡은 한국계 기업’이라는 점이다. 단순 수입상이 아니라, 현지 고용과 세금, 부동산 계약까지 아우르는 프랑스 사업체로 기능하고 있다.

운영 방식도 달라졌다. 처음엔 한국 식재료 중심이었지만, 현재는 일본·중국·베트남 식품, 그리고 프랑스인이 좋아하는 간편식까지 판매한다. ‘K Mart=아시아 슈퍼’로 인식이 확장된 셈이다.
파리 중심가 한인마트의 풍경은 지금, K푸드의 글로벌 여정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장면이다. 프랑스에서 ‘한국 문화의 일상화’를 대표하는 상징적 장소이자 지속 가능한 생태계가 형성되는 곳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