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불씨 지펴
산업용 금속은 공급난에 ‘폭등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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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에프엔 = 정윤호 기자 | 세계 자산시장이 주식, 부동산, 가상자산, 원자재를 가리지 않고 동반 상승하는 이른바 ‘에브리싱 랠리’ 국면을 맞고 있다.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과 위험자산인 '주식'이 동시에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금과 은이 급락하는 사이 구리와 백금이 새로운 상승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28일 글로벌 자산시장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가장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인 자산은 금과 은이다. 금 현물가격은 지난 23일 뉴욕시각 기준 온스당 4119.74달러로 지난해 말 대비 57.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은값은 69.2% 급등하며 금을 앞질렀다.

금값 상승의 주요 원인은 각국 중앙은행의 대규모 매입이다. 세계금협회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서 중앙은행의 69%가 향후 5년 내 금 보유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국의 재정 불안이 금값 상승을 자극하고 있고 달러 가치 하락 우려도 금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21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는 금 선물가격이 하루 만에 250.3달러 하락하며 온스당 4109.1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약 12년 만의 최대 하락률이다. 은 현물가격도 8.7% 떨어졌다.

시장은 이를 안전자산 중심의 랠리가 약화되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가 회복된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최근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투자자들이 금과 은에서 이익을 실현하며 빠져나가자 귀금속 가격이 동반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구리와 백금은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구리 현물가격은 1톤 당 1만600달러를 유지하며 연중 최고치에 근접했다. 재고는 13만7150톤으로 10월 초 대비 4575톤 줄었다. 이는 공급 부족 심화로 인한 상승 압력의 결과다. 미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인프라 투자와 제조업 회복이 이뤄지며 전력망 확충과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이 구리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주요 산지인 칠레와 콩고의 생산 차질 역시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백금 시장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양상이다. 세계백금투자위원회(WPIC)는 올해 백금이 85만 온스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력난과 채굴 설비 유지보수 지연이 공급 차질을 야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EBC파이낸셜그룹은 “백금은 금 대비 30~40% 저평가된 상태로 공급 부족이 겹쳐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금과 은이 고점 부담으로 조정을 받는 사이, 산업용 금속의 구조적 수요 확대가 원자재 시장의 중심축을 옮겨가고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구리의 경우 전력망 확충과 친환경 인프라 투자의 핵심 소재이고, 백금은 수소 연료전지와 촉매 부품 등에서 수요가 늘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단기 조정보다는 중장기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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