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ACE KRX금현물 ETF 시총 2조8655억원 ‘최고치’
글로벌 ETF도 자금 폭발적 유입

| 스마트에프엔 = 정윤호 기자 | 금 가격이 조정을 받는 와중에도 투자자들의 매수세는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UBS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장기 상승세를 예고하면서 국내외 금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11일(현지 시각) 배런스에 따르면, 금은 온스당 4121.20달러로 거래됐다. 하루 전보다 0.80달러(0.02%) 하락한 수준으로 약보합세를 보였지만 지난달 한때 4000달러 아래로 떨어진 뒤 빠르게 4100달러 선을 회복했다. 사상 최고치인 4350달러와의 격차는 5% 이내로 좁혀졌다.
UBS는 10일 발표한 분석 노트에서 “금 가격이 2027년까지 온스당 50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UBS는 금이 단순한 헤지 수단이 아니라 인플레이션과 지정학적 위험에 대응하는 장기 핵심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금은 주식이나 채권과 상관관계가 낮아 포트폴리오의 탄력성을 높인다”며 “이 때문에 투자 기반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금이 시장 침체기에도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중앙은행과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동시에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달러 비중을 줄이면서 금을 대거 사들이고 있고 개인 투자자들은 상장지수펀드를 통해 금 매입을 늘리고 있다. UBS는 “금은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자금이 몰릴 경우 가격 상승 압력이 빠르게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22V 리서치의 제프 제이콥슨 상무는 “금이 최근 약세를 보였지만 50일 이동평균선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며 “상승 추세가 유지되는 것은 저가 매수 기회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픽텟 자산운용 역시 금값이 올해 55% 넘게 급등했음에도 펀더멘털은 여전히 강하다고 평가했다. 픽텟은 실질 국채 수익률 하락, 달러 약세, 선진국의 부채 증가를 금 상승의 근본 요인으로 꼽았다.
한편 국내 금 ETF 시장도 활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일 ‘ACE KRX금현물’ ETF의 시가총액은 2조8655억원으로 2021년 12월 상장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가는 한 달 전 3만2015원에서 2만7500원으로 떨어졌지만 시총은 되레 상승했다.
이는 신규 자금이 대거 유입된 결과다. 기관이 한 달간 4058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4101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조정을 ‘세일 구간’으로 보고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다. 한 투자자는 “사놓고도 떨어지길 바라는 유일한 종목”이라며 “금은 확신의 우상향 자산이라 가격이 낮을 때마다 추가 매수한다”고 말했다.
국제 시장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세계 최대 금 ETF인 ‘SPDR Gold Trust’(GLD)의 자산 규모는 1335억달러(약 194조원)에 달하며 미국 내 5000여 개 ETF 중 13번째로 크다. 세계금협회(WGC)는 3분기 글로벌 금 ETF의 자금 유입이 사상 최대였다고 밝혔다. 3분기 동안 ETF 보유량은 222톤 증가했는데 그중 62%가 미국에서 발생했다. 같은 기간 중앙은행의 금 매수량(220톤)에 맞먹는 규모다.
WGC는 “미국의 3분기 전체 금 수요 중 74%가 ETF에서 발생했다”며 ETF 수급이 금 시세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또 “소비자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고 공급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ETF 자금 유입이 이어질 경우 금값은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진우 NH아문디자산운용 부장은 “국내외 금 ETF에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 향후 금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는 개인, 해외는 기관이 주된 매수 주체지만 실제 금값을 지지하는 힘은 미국의 대규모 기관 자금”이라며 “ETF 중심의 구조적 수요가 당분간 금 시세를 떠받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