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팔 때 산’ 개인들 손실 심화
카카오·포스코홀딩스 손실 비중 높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 스마트에프엔 = 정윤호 기자 | 올해 들어 코스피가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개인 투자자의 절반 이상은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지수가 4100선을 돌파하며 호황을 맞은 가운데 개인 투자자의 평균 손실액은 931만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국인과의 수익률 격차는 확대되고 있으며 빚을 내 투자한 ‘빚투’ 규모는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국내 주식 잔고를 보유한 고객 240만1502명 중 131만2296명(54.6%)이 손실을 보고 있었다. 이들의 총 손실액은 12조2154억원으로 1인당 평균 931만원 손실을 기록했다.

연령대별로는 50대 투자자의 손실률이 60.1%로 가장 높았고 40대도 59.7%로 집계됐다. 반면 미성년층의 손실 비율은 33.9%로 가장 낮았다. 손실금액은 60대 이상이 평균 1369만원으로 가장 컸으며 연령이 낮을수록 손실 규모는 줄었다.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은 포스코홀딩스(손실금액 비중 2.7%)였다. 이어 카카오(2.2%), 금양(1.7%), 에코프로비엠(1.7%), 에코프로(1.3%) 순이었다. 손실 계좌 중 11.7%가 카카오를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 주가는 2021년 16만원대에서 현재 6만원 선으로 떨어졌다.

반면 수익이 난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 주가는 연초 5만3400원에서 이달 11만원대까지 상승해 두 배 이상 뛰었다. 수익 투자자의 계좌에서 삼성전자의 수익 비중은 19.5%에 달했다. SK하이닉스도 수익금액 비중이 9.0%로 뒤를 이었다.

같은 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3~7일) 코스피는 4107.50에서 3953.76으로 3.74%(153.74포인트) 하락했다. 외국인은 7조2806억원을 순매도하며 하락을 주도했고 개인은 7조4602억원을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에 나섰다.

지난달 코스피가 19.94% 급등하는 동안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29.85%였으나 개인은 8.37%에 그쳤다. 이달 조정장에서도 외국인은 -1.93%, 개인은 -9.12%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외국인이 매도한 종목은 평균 -4.48% 하락했지만 개인이 매도한 종목은 오히려 0.94% 상승했다.

문제는 개인의 투자 자금 대부분이 빚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6일 기준 25조8781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9월 고점 25조6540억원을 넘어선 수준이다. 코로나19 장세 때 ‘동학개미’로 불리던 개인 투자자들은 2022년 금리 인상기 이후 주가 하락으로 대규모 손실을 본 전례가 있다.

당시 코스피는 2020년 3월 1457.64에서 2021년 7월 3305.21까지 상승했고 신용융자 잔고도 같은 기간 6조원에서 25조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이후 삼성전자·네이버·카카오 등 개인이 집중 매수한 종목들이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나면서 손실이 커졌다.

한편, 최근 증권가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위험 관리 미흡을 우려하고 있다. KB증권은 자본시장법상 신용공여 한도에 도달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주식과 펀드 담보 대출을 중단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과거 2차전지 열풍 때 매수한 종목을 여전히 보유하며 손실을 버티고 있는 개인 투자자가 많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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