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도 심사받아야” vs “사생활 침해 우려”
전세 매물 급감 속 임대인·임차인 간 정보 비대칭 갈등 표면화

정부 "규제지역 주택구입시 전세대출 제한 강화" (CG)
정부 "규제지역 주택구입시 전세대출 제한 강화" (CG)

| 스마트에프엔 = 정윤호 기자 |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어드는 가운데 임대인이 세입자를 직접 심사할 수 있는 ‘임차인 면접제도’ 도입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강화되고 있는 임차인 보호 기조에 맞서 임대인 측에서도 “정보 비대칭 해소는 쌍방이 이뤄져야 한다”는 반발이 나오는 모양새다.

14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악성 임차인으로 인한 피해 방지를 위한 임차인 면접제 도입’ 청원이 공식 등록됐다. 100명의 사전 동의를 충족해 공개된 해당 청원은 5만명 이상이 동의하면 상임위원회 심사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청원인은 “깜깜이 임차 계약 시스템으로는 내 집에 전과자가 들어오는지 신용불량자가 들어오는지 알 수 없다”며 “임대인도 신용도·범죄이력·소득 수준 등을 검증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류전형, 면접, 인턴, 본계약의 4단계 절차를 제시했다.

1차 서류심사에서는 신용정보조회서, 범죄기록회보서, 소득금액증명원, 세금완납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등 5개 서류를 요구하도록 했다. 이후 월세 납부 의지를 확인하는 면접전형과 6개월간의 임차인 인턴 과정을 거쳐 본계약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청원인은 “독일, 미국, 프랑스 등에서는 이미 보편적인 관행으로 시행 중”이라며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임대차 시장을 만드는 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세입자 정보를 제출하는 절차가 일반화돼 있다. 미국의 ‘Tenancy Screening’은 신용점수, 고용·소득 증명, 범죄기록, 이전 임대인 추천서 등을 포함하며 독일은 ‘셀프 디스크로저(Self-Disclosure)’를 통해 급여명세서와 개인 신상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프랑스는 세금신고서·보증인 서류 제출이 기본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면접 절차가 있다. 일본은 보증회사 심사와 재직증명서·소득 증빙이 필수다.

이러한 해외 사례를 근거로 청원인은 “한국처럼 임대인 정보만 공개되는 구조는 오히려 예외적”이라며 “임차인도 평가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제도 도입에 대한 찬반은 엇갈린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 매물이 줄고 3+3+3 임대차법 개정 논의가 이어지면서 임대인들이 장기 계약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최대 9년간 한 세입자에게 집을 맡겨야 한다는 생각에 신중해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좋은 조건의 전셋집이지만 가족 면접을 요구한다”는 사례가 등장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현재 정부와 국회는 임차인 보호 강화를 위해 임대인 정보 공개를 확대하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계약 기간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최대 9년까지 거주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임대인에게 납세증명서와 건강보험료 납부확인서 등 정보제공 의무를 강화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정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자료를 활용해 임대인의 보증보험 가입 이력, 보증 제한 여부, 최근 3년간 대위변제 이력 등을 공개하고 있으며 서울시는 임대인의 신용도, 보유 주택 수, 주소 변경 빈도 등을 포함한 위험 보고서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임대인들은 “임대인만 감시 대상이 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편,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세 매물이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는 추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세 거래량은 9312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 1만1708건 대비 약 20.5% 줄었다. 전문가들은 매물 부족 속 임대인 우위가 강화되면서 ‘임차인 면접제’ 논의가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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