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 애플 지분 줄이고 구글 모회사 알파벳 대거 편입
AI 중심 투자 전환 본격화

| 스마트에프엔 = 정윤호 기자 |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구글 모회사 알파벳에 43억달러(약 6조3000억원)를 투자한 사실이 공개되자 알파벳 주가가 급등했다. 애플 비중을 줄이고 AI 기술 중심 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옮긴 버핏의 전략 변화가 시장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
1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알파벳A 주가는 3.11% 오른 285.60달러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 초반에는 5%까지 급등하며 290달러 선을 터치하기도 했다. 이로써 알파벳의 시가총액은 3조4470억달러로 불어나며 미국 기업 중 4위를 차지했다. 마이크로소프트(3조7720억달러)와의 시총 격차도 크게 줄어 추월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버크셔는 지난 14일 애플 주식을 처분하고 알파벳 주식 1785만주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총 매입액은 43억달러로 버크셔 포트폴리오 내 열 번째로 큰 비중이다.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분기 보고서(13F)에는 해당 지분이 9월 30일 기준으로 등재됐다.

그동안 버크셔는 성장 기술주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투자로 인해 대형 기술주 재편입에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이 두 투자 매니저 토드 콤스와 테드 웨스첼러의 제안으로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만 투자 규모가 큰 만큼 올해 말 CEO 자리에서 물러나는 워런 버핏의 승인도 반영됐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버핏은 과거 “구글을 사지 않은 것이 내 최대 투자 실수 중 하나”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의 보험사 가이코는 구글 광고 초기 핵심 고객으로 클릭당 10달러를 지불하며 광고 효율을 체감했으나 기술 경쟁의 불확실성 탓에 투자에 나서지 않았다. 이번 알파벳 매수는 그 미련을 해소하는 동시에 AI 분야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의미를 지닌다.
알파벳은 올해 들어 46% 상승하며 초대형 기술주 중 가장 강세를 보였다. 인공지능(AI) 연구와 구글 클라우드의 수익성 개선이 상승세를 이끌었다. 시장조사기관 팩트셋에 따르면 알파벳의 내년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25.5배로, 마이크로소프트(32배)나 엔비디아(41.9배)에 비해 부담이 낮다. 이러한 밸류에이션 매력도 버핏의 매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빌 스톤 글렌뷰트러스트 최고투자책임자는 “이번 알파벳 매수는 버크셔가 기술 산업을 ‘역량 범위’로 공식 편입한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버핏의 후계 체제와도 밀접히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내년 1월부터 버크셔 CEO로 취임하는 그렉 에이블은 에너지와 기술 부문 투자에 강점을 지닌 인물로 평가받는다.
한편, 버크셔는 올해 3분기 동안 애플 보유 지분을 2억8000만주에서 2억3820만주로 줄였다. 한때 9억주를 보유하던 애플 지분의 4분의 3이 매각된 셈이다. 대신 알파벳을 새롭게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면서 시장의 무게 중심이 애플에서 구글로 이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