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타이어 VS 겨울용 타이어···눈길 제동거리 두 배, 빙판 14% 차이
장거리·강설 지역·후륜차 운전자는 ‘확률 게임’ 피해야

사고는 늘 '나는 괜찮겠지' 하고 방심한 순간에 난다. /이미지=구글 제미나이 생성
사고는 늘 '나는 괜찮겠지' 하고 방심한 순간에 난다. /이미지=구글 제미나이 생성

| 스마트에프엔 = 김종훈 기자 |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면서 운전자들의 겨울 준비 고민도 시작됐다. 매년 질문은 비슷하다. "요즘 사계절 타이어 성능 좋다는데, 굳이 돈 들여 겨울용(Winter) 타이어를 껴야 하나?"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쉐린 크로스클라이밋 2(CC2), 한국타이어 웨더플랙스 GT 등 이른바 올웨더(All-Weather) 타이어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사계절 타이어면 겨울도 충분하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그러나 눈·빙판 사고가 '확률 게임'인 만큼 특정 운전자에게는 여전히 겨울용 타이어가 사실상 유일한 정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운동화별 성능이 다르듯 타이어도 성능이 다르다. /이미지=오픈AI ChatGPT 생성
운동화별 성능이 다르듯 타이어도 성능이 다르다. /이미지=오픈AI ChatGPT 생성

"내 타이어는 사계절이라 괜찮다?"···이름은 같지만 성능은 다르다

본격적인 비교에 앞서 사계절 타이어라는 말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은 대개 모든 비(非)윈터 타이어를 뭉뚱그려 사계절 타이어라고 부르지만, 시장에는 성능이 다른 세 부류의 타이어가 뒤섞여 있다.

국산 신차를 살 때 기본으로 장착되는 일반 사계절(All-Season) 타이어는 옆면에 'M+S(Mud+Snow)' 표기가 있어 얼핏 보면 겨울에도 문제없어 보인다. 의미를 정확히 따지면 '진흙이나 얕은 눈 정도에서는 구를 수 있다'는 수준에 가깝다. 겨울철 빙판길에서는 여름용보다 약간 나은 정도일 뿐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 겨울에 신는 일반 운동화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M+S 일반 사계절 타이어와 올웨더 타이어 비교 /이미지=구글 제미나이 생성
M+S 일반 사계절 타이어와 올웨더 타이어 비교 /이미지=구글 제미나이 생성

올웨더 타이어는 다르다. 미쉐린 크로스클라이밋 2, 한국타이어 키너지 4S2처럼 올웨더로 분류되는 제품은 타이어 옆면에 산봉우리 안에 눈송이가 그려진 '3PMSF' 마크가 새겨져 있다. 유럽의 까다로운 눈길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인증으로, 영하의 날씨에서도 고무가 쉽게 굳지 않아 도심의 눈길 정도는 무리 없이 소화한다. 일반 운동화가 아니라 방수 등산화를 신고 겨울 산을 오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겨울용 타이어는 눈보다 더 위험한 얼음과 한파 환경에 맞춘 전용 장비에 가깝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도 고무가 껌처럼 말랑한 상태를 유지하고 트레드 표면에 수천개의 미세한 홈(커프)이 촘촘히 들어가 있어 얼음을 움켜쥐듯 버티며 달린다. 블랙아이스처럼 미끄러운 구간에서는 올웨더조차 따라오기 힘든 제동력과 발진 성능을 보여, 말 그대로 아이젠을 신고 빙벽을 오르는 것과 같다.

문제는 상당수 운전자가 자신의 차량에 달린 일반 사계절 타이어를 올웨더나 겨울용 타이어와 같은 급으로 착각한다는 점이다. 타이어 옆면에 산 속 눈송이(3PMSF) 마크가 없다면 그 제품은 어디까지나 일반용 타이어일 뿐, 겨울을 위한 안전 장비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사계절 타이어와 겨울용 타이어 제동거리는 약 2배 차이 난다. /이미지=한국타이어
사계절 타이어와 겨울용 타이어 제동거리는 약 2배 차이 난다. /이미지=한국타이어

눈길 제동거리 '절반', 한국타이어 테스트가 보여준 현실

한국타이어가 최근 공개한 눈길, 빙판 제동거리 테스트는 겨울용과 일반 사계절 타이어의 격차를 수치로 보여준다.

눈길에서 시속 40km로 주행하다 급제동했을 때 겨울용 타이어 제동거리는 18.49m, 사계절 타이어는 37.84m였다. 제동거리만 놓고 보면 거의 2배 차이다. 빙판길 시속 20km 주행 테스트에서도 겨울용 타이어가 사계절 대비 약 14% 짧은 제동거리를 기록했다. (*이때 비교 대상이 된 사계절 타이어는 일반 M+S 패턴 타이어로, 3PMSF 인증 받은 올웨더 타이어와 다르다.)

글로벌 타이어 업체 미쉐린의 자료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관찰된다. 여름용 타이어로 눈길을 달릴 경우, 인증 받은 겨울용 타이어 대비 제동거리가 2배까지 길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눈이 쌓인 도로에서 겨울용·사계절·여름용 타이어의 안전 여유 폭은 "비슷한 수준에서 취향 차이"가 아니라, "멈추느냐, 들이받느냐'를 가르는 거리 차이로 나타난다는 의미다.

올웨더는 '좋은 타협안' 그러나 빙판·언덕 앞에선 분명한 한계

그렇다면 올웨더 타이어는 어떨까. 유럽·북미 타이어 테스트를 보면, 3PMSF 인증을 받은 일부 올웨더 제품은 눈길 제동, 가속에서 열악한 겨울용 타이어 일부를 능가하거나, 근접한 성능을 보이기도 한다. 미쉐린 크로스클라이밋 2는 최근 유럽 일부 테스트에서 중형 올시즌 타이어 가운데 눈길 제동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서울·수도권 평지 위주, 고속도로 주행 많지 않은 운전자라면 올웨더로 충분하다"는 평가도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사고를 가르는 결정적인 장면은 통계의 '평균'이 아닌, 한겨울 새벽 언덕 골목, 다리 위 블랙아이스, 강원도 대설 경보일 같은 '최악의 하루'에서 등장한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보통 노면 온도가 영상 7℃ 아래로 내려가면 고무가 딱딱해지고 노면 자체도 미끄러워진다"며 "3PMSF 인증을 받은 올웨더 제품은 어느 정도 겨울용 타이어 조건을 커버하지만, 얼음과 경사진 노면까지 겨냥한 설계는 여전히 겨울용 타이어가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대형 사고의 상당수가 블랙아이스 구간에서 발생한다. /이미지=구글 제미나이 생성
대형 사고의 상당수가 블랙아이스 구간에서 발생한다. /이미지=구글 제미나이 생성

한국 도로, 제설 잘 돼도 블랙아이스 한 번이면 끝

한국은 주요 고속도로와 국도 제설 수준이 높은 편이지만, 아파트 진입로, 이면도로, 교량, 터널 출입구는 여전히 취약 지대다.

눈이 내린 뒤 낮 동안 제설과 노면 건조가 이뤄져도 밤사이 기온이 떨어지면 노면의 얕은 수분이 다시 얼어붙어 마른 아스팔트처럼 보이는 블랙아이스를 만든다. 대형 사고의 상당수가 이 구간에서 발생한다는 것은 매년 통계가 증명한다.

실제로 통계는 '설마' 하는 방심이 얼마나 위험한지 증명한다. 도로교통공단이 최근 5년간(2019~2023년) 겨울철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빙판길 사고의 치사율은 사고 100건당 2.4명으로 일반 사고 1.4명보다 약 1.7배 높았다. 고속도로에서 결빙 구간으로 미끄러질 경우 치사율은 16.1명까지 치솟는다. 이는 일반 사고 대비 10배 이상 높은 수치로, 한 번 미끄러지면 대형 인명 피해를 피할 수 없음을 뜻한다. 같은 기간 결빙 사고의 30%가 '오전 6~10시' 출근 시간대에 집중된다는 점도 확인됐다. 제설이 잘 된 도심이라도 아침 출근길만큼은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눈이 다 녹은 것처럼 보여도 그늘진 구간이나 다리 위는 얇게 얼어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구간에서는 겨울용 타이어가 사계절, 올웨더 대비 확률상 더 안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고는 늘 '나는 괜찮겠지' 하고 방심한 순간에 난다"며 "특히 장거리 운행, 눈 많이 오는 지역 운전자라면 겨울만큼은 확실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누가 반드시 겨울용을 껴야 하나···차·지역·주행 패턴이 기준

전문가들은 타이어 선택 기준을 평균 날씨가 아니라, 한 번이라도 마주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 두라고 말한다. 강원·경기 북부·영남 내륙처럼 눈·결빙이 잦고 산간·고갯길이 많은 지역에 살면서 새벽·야간 운전을 자주 한다면 겨울용 타이어가 사실상 필수다.

후륜구동 수입차와 고출력 EV, 고성능 세단 운전자도 마찬가지다. 같은 노면이라도 사계절 타이어와 후륜은 겨울용 타이어와 전륜 및 사륜보다 미끄러질 확률이 훨씬 높다.

하루에 수십~수백km씩 달리는 영업·화물·법인차처럼 장거리, 고속도로 비중이 큰 운전자라면, 블랙아이스 구간에서 '한 번이라도 덜 미끄러지는 선택'이 결국 겨울용 타이어다. 가족을 태우고 다니는 대형 SUV·MPV는 차량도 중량이 무거운 만큼 한 번 미끄러지면 제동거리가 길어지기 쉽다. 겨울철 스키장·산길·고속도로를 오가야 한다면, 번거로움과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겨울용 타이어로 교체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업계의 공통된 조언이다.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할 땐 네 바퀴 모두 교체해야 한다. 앞, 뒤 두 짝만 바꾸면 접지력 차이로 코너링 시 오버스티어와 언더스티어 위험이 더 커진다.

결국 올웨더 타이어의 등장은 "윈터를 안 껴도 된다"는 면허증이 아니라, "예전보다 기본기가 좋아진 사계절 옵션이 하나 더 생겼다"는 정도로 해석하는 편이 안전하다.

365일 중 눈, 얼음 위를 달리는 날은 손에 꼽힐지 모른다. 하지만 운전자가 평생 기억하게 될 사고도 대개 그 몇 날 중 하루에 일어난다. 

겨울 타이어 교체 비용과 한 번의 사고가 남길 후유증.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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