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부회장 승진 이후 실적 개선·재계 순위 8위 등극
‘상반기 최대어’ HD현대마린솔루션, 코스피 상장 성과
스킨십 경영 행보 통해 재계 총수 입지 공고히

현대가(家) 3세인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30년 만에 오너 경영체제를 전환 눈앞에 두고 있다. 앞서 정기선 부회장은 지난 2021년 사장으로 승진한 지 2년 만에 부회장 자리에 올라 경영 행보를 본격화했다. 

특히 정 부회장의 ‘야심작’인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HD현대마린솔루션이 유가증권 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성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정유, 전력기기 등 주요 사업 전반에 견조한 실적을 달성하며 책임 경영 리더십을 입증했다. 

아울러 정 부회장은 책임 경영 강화를 위해 그룹 지주사인 HD현대 주식을 추가 매입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8일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HD현대 주식 11만3348주를 매입하면서 총 지분은 5.46%로 늘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지난 1월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호텔에서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인프라 혁신 비전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HD현대
위기 극복 능력 탁월…미래 먹거리 준비도 철저 

1982년생인 정 부회장은 지난 2009년 현대중공업에 대리로 입사한 뒤 미국 유학 등을 거쳐 지난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그룹에 복귀했다. 

이후 그는 기획재무부문장 상무로 승진하면서 최연소 임원이 됐다. 1년 만에 전무로, 2년 뒤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는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로 선임됐으며 이후 2021년 사장자리에 올랐으며 지난해 11월 부회장까지 꿰찼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세계 조선경기 불황으로 전사적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회사의 체질개선과 위기 극복에 앞장섰다. 선박영업과 미래기술연구원에 근무하면서 회사 생존을 위한 일감 확보와 기술개발을 통한 미래 준비에도 온 힘을 쏟았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16년에는 선박서비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HD현대글로벌서비스(현 HD현대마린솔루션) 출범에 주도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는 조선사업 외에도 정유, 건설기계, 전력기기 등 그룹 내 주요사업의 경쟁력 확보와 혁신에 앞장섰다. 동시에 수소,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도 집중해 왔다.

정 부회장은 주요 해외 사업을 총괄하며 경영자로서의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2015년 사우디 국영회사 아람코와의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사업을 진두지휘하며 합작조선소 IMI 설립을 주도한 이후 지난 2021년에는 아람코와 수소 및 암모니아 관련 MOU를 체결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직접 만나 양자 간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기조연설에 이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2024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탈탄소 추진 및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외에도 ‘세계경제포럼 특별회의’ 공동의장도 맡기도 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해 올해 인도한 17만4000㎥급 LNG 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경영 리더십 입증…실적 개선 주도 

정 부회장은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 선별 수주 전략과 맞춤형 영업전략을 통해 호실적을 주도했다. 

HD현대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6조5144억 원, 영업이익 7936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1%, 영업이익은 48.8% 증가했다. 이는 정유·전력기기 등 주요 사업 전반에서 견조한 실적을 거둔 가운데 조선 부문이 흑자 기조 영향으로 분석된다. 

조선·해양 부문의 HD한국조선해양은 친환경 이중연료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며 전년 동기 대비 13.9% 증가한 5조515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602억 원을 기록해 4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HD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인 HD현대중공업은 전년 동기 대비 13.5% 늘어난 2조9877억 원, HD현대미포는 10% 증가한 1조5억 원, HD현대삼호는 22.7% 증가한 1조7056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특히 HD현대삼호가 전년 동기 대비 223.6% 증가한 186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견조한 실적 흐름을 주도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유가 및 정제마진 상승으로 매출 7조8788억 원과 영업이익 3052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6.5%, 17.8% 증가하며 실적 개선 흐름을 보였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고금리 기조 속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의 긴축 흐름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하며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2%, 29.7% 줄어든 2조2029억 원과 1629억 원을 기록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전력인프라 확대 추세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40.9% 늘어난 매출 801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78.2% 증가한 1288억 원을 달성하며 영업이익률 16.1%를 기록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친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선박 부품서비스 사업 호조와 스마트 선박 운영 관리·자동화 솔루션 등 디지털 제어 사업의 확대로 전년 동기 대비 19.3% 늘어난 383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3.2% 증가한 515억 원을 기록, 영업이익률 13.4%를 달성했다.

경기도 판교에 있는 HD현대 GRC 전경. /사진=HD현대
HD현대, 재계 순위 8위 등극 

HD현대가 GS를 제치고 재계 순위 8위에 등극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매년 5월1일까지 자산 총액 5조 원 이상인 기업 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 10조 원 이상인 집단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해 발표하고 있다.

공정자산 총액 기준 9위였던 HD현대가 신규 선박 수주에 따른 계약 자산 증가의 영향으로 공정자산 총액 규모가 84조7920억 원으로 늘며 순위가 한 계단 상승해 8위에 올랐다. 9위 GS(80조8240억 원)와의 공정자산 총액 차이는 약 4조 원이다.

HD한국조선해양의 연도별 수주 물량은 지난 2021년 223억5000만달러, 2022년 240억5000만달러, 2023년 225억7000만달러를 기록하며 해마다 목표 수주액을 넘겼다.

HD현대는 지난해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을 선별 수주하며 수익성을 확보한 결과다. 

한편 정 부회장은 앞으로 메탄올 추진선, 수소 운반선 등 차세대 선박 분야에서 독자 기술을 개발해 기술 우위를 확고히 하고 신선종 기술력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 건설장비 및 에너지 솔루션 분야 글로벌 기업으로 친환경 인프라 기술 개발과 선박 및 조선소 구축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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