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해 "정치보다는 경제를 고려해 어렵지만 불가피한 결정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2일 이 총재는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별관에서 연 시무식에서 "(헌법재판관 임명은) 우리 경제 시스템이 정치 프로세스와 독립적으로 정상 작동할 것임을 대내외에 알리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사진=연합뉴스

이날 이 총재는 "정치 갈등 심화가 금융·외환시장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정치적 상황을 꼬집었다. 

통상적으로 우리나라 통화정책을 관리하는 한은 총재가 정치에 대해 논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적 사회적 상황에서 통화정책만 가지고 현재의 경제적 위기를 안정시키기에는 한계가 분명하기에 이처럼 지적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총재는 "국정 공백이 지속될 경우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경제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충격이 더해질 수 있다"며 국정 사령탑(최 대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 위기 맞지만...지나치게 부풀려진 위기론

이 총재는 물가는 안정됐지만 경기 하방 우려와 외환시장 불안, 가계부채 문제 등이 가중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통화정책 목표 간 상충관계가 갈수록 심화돼 손발을 묶는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다만 올해 우리나라 경제의 어려움을 예상하면서도, 동시에 지나치게 부풀려진 위기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성장률을 1.9%로 전망했지만, 하방 위험이 커진 것이 사실"이라며 "이는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의 성장률이긴 하지만, 현재의 잠재성장률 2%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인 26개국의 성장률 전망치 평균 1.8%(국제통화기금 20204년 10월 발표 기준)와 유사한 수준으로, 지금 우리 상황을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와 같은 상황으로 보는 것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속적 경제 구조 개혁도 다시 촉구했다.

이 총재는 신산업 개발과 기업 가치 제고(밸류업) 노력 부족,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 비율 등의 문제를 거론하며 "언급된 구조적 문제의 해결을 미뤄온 결과,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까지 낮아졌고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2040년대 후반에는 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올해 우리 앞에 놓인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지만, 과거에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는 이번에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며 "손자병법의 '근심을 이로움으로 삼는다'는 이환위리(以患爲利),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는 서양 격언처럼, 해야 할 것부터 차분하게 실천하고 새 기회를 만들면 우리 경제는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효정 기자 hjkim@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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