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선두하는 가운데 셀트리온 '도전', 경쟁 심화될까
정통 제약사들도 CDMO사업 나선다, 낮은 위험부담·높은 수익률
트럼프 행정부 출범하면 대중국 정책으로 국내 기업 반사수혜 기대
2025년 국내 바이오업계는 바이오 의약품의 수요 증가와 함께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성장으로 수익 확대가 예상된다.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생물보안법 입법 등 대중(對中) 정책이 강화되고, 이로 인해 중국 기업의 미국 진출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반사 수혜가 기대된다.
삼성KPMG 경제연구원에서 지난달 발표한 '2025년 국내 주요 산업 전망'에서는 2025년을 CDMO 성장의 기회로 꼽는다. 제약산업에서 바이오 의약품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CDMO 시장규모가 확대된다는 추세라고 설명한다.
이희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CDMO 계약에 있어 기존 단기 일회성 계약에서 7~10년 단위의 장기 계약으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빅파마가 CDMO 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이유에 대해 "CDMO 기업이 다양한 제약사의 의약품을 생산하면서 전문성을 얻어왔고 안정적인 의약품 공급망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고 언급하면서 "CDMO 기업은 다수의 국제 규제 기준을 준수하며 미국식품의약국(FDA)나 유럽의약품기구(EMA)등 주요 규제 기관의 요구 사항에 대응하는 풍부한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도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도전 나서
국내 기업 중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 기업으로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5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규모 수주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 14일 유럽 소재 제약사와 약 2조747억원 규모의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4월 가동을 목표로 한 18리터 규모의 5공장을 인천 송도에 건설하고 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32년까지 제2 바이오캠퍼스 건설을 마치기 위해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하는 6공장 증설도 검토중이다.
만약 삼성바이오로직스가 5공장과 동일한 단위의 6공장까지 증설하면 총 생산 능력은 96만4000리터가 된다. 현지시간 기준 지난 13일부터 3일간 미국에서 열린 2025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직접 발표에 나서 "2024년 수주금액이 5조원을 돌파했고 현재까지 누적 수주액도 176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CDMO 파트너'를 목표로 고객사들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적극 지원하면서 바이오·제약 업계에서 지속 가능한 리더십을 선도한다는 목표로 움직일 계획이다.
한편 셀트리온은 지난해 자체 CDMO 법인인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를 설립하고 CDMO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7일 진행된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 출범 간담회에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그동안 CDMO 사업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고 밝히며 "2025년에 공장 건설을 시작할 예정이며 2028년부터 CMO 상업 생산이 개시될 것이라 본다"고 발표한 바 있다.
셀트리온은 한국 외에도 미국, 유럽, 인도 등에 연구소를 설립해 글로벌 CDMO 사업 역량을 확보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이 기존에 갖고 있던 항체 개발 및 생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낮은 시설 비용과 높은 생산성으로 기존 CDMO 기업과 경쟁한다는 것이 주된 목표로 보인다.
정통제약사도 CDMO 사업 나서, 자회사·기존시설 활용
한편 정통 제약사들도 CDMO 사업에 나선다. 대표적으로 유한양행, 한미약품, GC녹십자, 종근당 등이 있다. 제약사들이 CDMO 사업에 나서는 것은 신약 개발에 비해 위험 부담이 적으면서도 높은 영업이익률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한양행과 종근당은 자회사를 활용한다. 각각 유한화학과 경보제약을 통해 CDMO 사업 확장에 나선다. 유한화학의 총 생산능력은 70만 리터 규모로 연간 2000억에서 3000억 사이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유한화학은 지난해 11월 경기도 화성공장에 생산동을 신축했다.
종근당의 자회사 경보제약은 항체-약물 접합체(ADC) CDMO 사업을 위해 새로운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부터 투자에 나선 경보제약은 26년까지 ADC CDMO 사업을 위한 우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생산시설(GMP)을 구축할 목적이다.
한미약품과 GC녹십자는 기존 시설을 이용한다. 한미약품의 평택 바이오플랜트는 2018년 완공된 시설로 한미약품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위해 건설됐다. 그러다 2022년 미국 FDA로부터 승인받은 바이오신약의 생산 경험 바탕으로 CDMO 사업에 나섰다.
GC녹십자는 지난 2023년 전라남도 화순에 있던 기존 백신 공장에 mRNA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가동을 시작했다. 이로 인해 mRNA 디자인부터 지질나노입자(LNP) 캡슐화, 충진, 품질관리, 완제품 단계까지 각 분야별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어 이 보유 역량을 CDMO 사업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돌아온 트럼프 행정부, 한국 제약·바이오에는 기회 될 수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현지시간 기준 오는 20일 대통령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한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중 정책 기조상 국내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지난 7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보건산업 교역구조는 최근 중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미국과 일본으로의 수출 비중이 증가하는 양상이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으로부터 제약 및 보건 공급망을 미국 내로 이전하고 무역 전쟁과 추가 관세 부과 등 강경하게 대응하며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고자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의 대중정책이 강화되면 중국 기업의 미국 진출이 어려워지고 미국내 기업들은 대체할 기업으로 국내 기업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진다.
트럼프 당선인이 바이오 시밀러와 제네릭의약품 사용을 촉진하는 정책을 지지해온 만큼 재집권시에도 이 기조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는 한국산 바이오시밀러가 미국에서도 현재 수준의 수요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인도, 유럽, 일본 기업과 경쟁이 심화되면서 가격 경쟁에 대한 격화를 우려했다.
특히나 트럼프 행정부가 보편 관세를 제시함에 따라 한미 FTA의 혜택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내 바이오시밀러와 CMO 제품은 미국에서 관세가 면제돼 왔으나 보편관세를 적용받는다면 가격 경쟁력이 약화돼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국내 기업은 작년 입법에 성공하지 못한 생물보안법으로 인해 반등할 것에 긍정적인 전망을 두고 있다. 이 법은 중국 바이오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을 막는 내용으로 트럼프 행정부에서 다시 입법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바이오 기업이 미국 내로 진출하지 못하면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 반사수혜가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중국 견제 정부 기조만으로도 국내 기업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메세지가 확실하기 때문에 미국 내 기업이 중국 기업과 협력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상황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