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출생아 수가 지난해 동 기간 대비 11.6% 치솟았다. 이는 1981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증가율이다. 출생아가 늘어난다면 덕을 보는 건 유업계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원인은 바로 늘어나는 수입 우유량에 있었다.

통계청이 지난 26일 발표한 '2025년 1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출생아 수는 2만3947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1.6%(2486명) 증가했다. 1월 출생아 수가 전년 대비 증가한 것은 2015년(685명)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출생아 수는 지난해 7월(7.8%) 이후 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그 해 10월(13.4%)부터는 4개월째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한 시민이 대형마트에서 우유를 구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 시민이 대형마트에서 우유를 구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출산율이 늘어나면 분유생산량도 늘어나야 하는데 국내 소매 유통채널을 통한 분유 판매액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158억9300만원을 찍고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23년 하반기에는 142억3500만원, 2024년 상반기에는 120억5000만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에 반해 관세청 수출입 통계 조사 결과 조제분유 수입량은 지난해 기준 4912톤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국내 분유보다 수입 분유 선호현상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압타밀 같은 해외 브랜드의 고품질 수입분유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MZ부모들은 온라인에 능통해 쿠팡 직구 등을 통해 분유를 구입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해외직구 가격이 정식 수입품 구매가 보다 저렴하다는 소식에 너도 나도 직구를 통해 분유를 구입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주부 A(31세)씨는 “맘카페 같은 곳 보면 해외브랜드 분유가 국내 제품보다 비싸지만 아이 성장에 있어서 더 좋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 해외직구를 통해 구매하고 있다”며 “국내 정식 수입품 보다 직구가 만원 이상 가격이 차이 나는 경우도 있어서 직구를 통해 분유를 구매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국내 유업계 동남아 시장으로 눈 돌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유업계는 동남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동남아지역은 출산율이 높고 지난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 분유 수출액도 사상 최대치인 3070만달러(450억 9523만 원)를 기록했다.

대표적으로 남양유업의 경우 캄보디아 조기 진출을 통해 입지를 넓히고 있다. 현재 남양유업은 캄보디아에서 대표 브랜드 ‘임페리얼XO’와 현지 맞춤형 분유 ‘스타그로우’를 선보이고 있으며 캄보디아 외에도 중국, 베트남, 대만, 말레이시아 등 주요 국가로 수출을 확대하며, 현지 수요에 맞춘 제품 라인업을 통해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분유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꾸준한 품질 관리와 고객 중심의 제품 개발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며 “국내외에서 신뢰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교 교수는 “MZ부모들은 인터넷에 매우 능통하기 때문에 해외에 어떤 브랜드가 있고 특징이 어떤지 서로 정보 공유가 매우 활발하다”며 “특히나 자녀를 많이 낳지 않기 때문에 비싸더라도 국내 분유에 만족하지 못하고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는 명품 아동복 수요가 높아지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며 역으로 동남아에서는 한국 분유를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더욱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내년부터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주요 수입산 유제품에 부과되던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된다면 유업계의 내수는 더욱 불안해질 우려가 크다.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흰 우유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수입산 우유가 무관세로 들어오게 되면 가격 경쟁력에 밀려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원유 값은 고물가 등 소비자의 부담을 고려해 원유 가격을 용도별로 동결하거나 인하하기로 결정됐다. 음용유용 원유 가격은 L당 1084원으로 유지. 치즈나 분유 등 가공 유제품에 쓰이는 '가공유용 원유' 가격은 L당 5원 인하해 887원에서 882원으로 저렴해졌다.

그러나 2023년 2013년 '106원 인상'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라 그해 우유 물가 상승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유와 마찬가지로 유제품도 물가 상승률이 기록적인 수준을 보였다.

저가형 카페나 소비자들은 우유 값에 부담을 느껴 수입산 멸균 우유로 눈을 돌리고 있는 추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3년 외국산 멸균 우유 수입량은 4만6241t으로 지난해 동기간 대비 23.8% 높다.

수입우유는 국내산 신선 우유 대비 가격이 3분의 1로 저렴할 뿐 더러 유통기한도 최장 1년으로 길기 때문에 음용에 부담도 없다. 이에 따라 추후 카페로 납품하는 수입산 멸균우유의 비중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스마트에프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