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상황이 좋지 않은 모양새다. 홈플러스에 이어 최근에는 명품플랫폼 중 가장 규모가 큰 발란이 지난 달 31일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입점업체들에 대금을 정산해줄 것처럼 공지했다가 돌연 기업회생신청을 해버린 상태라 샐러들은 불안감에 떨고 있다. 일각에서는 또 다시 제 2의 티메프 사태를 마주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24일 발란은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재무 검증 과정에서 과거 거래 및 정산 내용에 확인할 사항이 발생했다"며 정산 지연을 공지했다. 회사 측은 당시 2~3일 지연되는 것 뿐 28일까지 정산 금액과 지급 일정을 공유하고 지연이자를 포함하겠다고 밝혔지만 지키지 못했다.

발란은 지난 2월 실리콘투로부터 투자를 받았을 당시에도 기업가치를 10분의 1로 깎고 목표 매출 달성이라는 조건 하에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3년 마지막 감사보고서가 제출됐을 당시 1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015년부터 현재까지 약 10년간 적자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의도 IFC몰 발란 커넥티드 스토어. / 사진=발란
여의도 IFC몰 발란 커넥티드 스토어. / 사진=발란

2020년부터 2023년까지의 누적된 영업손실액은 724억원이며 지난 2023년부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태다. 지금까지 발란의 전체 입점사는 1300여개로 추산되며 월 평균 거래액은 약 300억원이다. 발란의 이번 미정산 규모를 최대 수백억 원대로 내다보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발란의 대금 정산 지연은 지난해 논란이 됐던 티메프 사태와 비슷한 맥락으로 흘러가고 있다. 발란도 티메프와 마찬가지로 지난 28일 저녁부터 카드사와 PG사의 철수로 상품 구매와 결제가 모두 중단된 상태다.

발란뿐만 아니라 현재 명품 플랫폼 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2022년 4000억 원에 달했던 발란의 카드 결제액 추정치는 지난해 기준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으며 발란의 뒤를 잇고 있던 트렌비의 역시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머스트잇 역시 유동성 확보를 위해 2023년 9월 압구정 사옥을 410억원에 매각했으나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형록 발란 대표는 지난 31일 입장문을 통해 "올해 1분기 내 계획한 투자 유치를 일부 진행했으나 예상과 달리 추가 자금 확보가 지연돼 단기적인 유동성 경색에 빠졌다"며 "파트너들(입점사)의 상거래 채권을 안정적으로 변제하고 발란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회생을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반 소비자에게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현재 미지급된 상거래 채권 규모도 발란의 월 거래액보다 적은 수준"이라며 "이달부터는 쿠폰 및 각종 비용을 구조적으로 절감해 흑자 기반을 확보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회생절차와 함께 인수합병(M&A)을 빠르게 추진하겠다며 이번 주중에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회생계획안 인가 전에 외부 인수자를 유치, 현금흐름을 대폭 개선해 사업의 안정성과 성장 가능성을 빠르게 높일 것"이라며 "인수자 유치로 파트너들의 상거래 채권도 신속하게 변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발란은 담보권자나 금융권 채무가 거의 없는 구조"라며 "회생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채권자는 바로 파트너 여러분들"이라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인수자 유치 과정에서 기존 입점사들이 지속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를 우선으로 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발란의 목표로 ▲ 회생 인가 전 인수자 유치 ▲ 미지급 채권 전액 변제 ▲ 안정적인 정산 기반과 거래 환경 복원 ▲ 파트너와의 거래 지속 및 동반 성장 등을 제시했다.

최대표는 또 이러한 절차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 정산 안정화 , 관계 회복 , 플랫폼 정상화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결과를 반드시 만들어내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명품 소비가 쪼그라들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개인 명품 시장 규모는 3630억 유로(579조 7763억 4000만 원)로 지난해 대비 2%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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