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터무니 없는 고율의 상호관세를 부과한 교역국과의 협상에 본격 착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불공정 무역 관행과 대미(對美) 무역흑자'다.
현재 미국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중국과 유럽연합 일부 국가 외에는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여러 국가들이 트럼프의 관세 전쟁에 협상을 시도하고 나서는 등 백기 투항 직전이다.
이러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적으로 대미 교역에서 큰 흑자를 내고 있는 한국과 일본에 관세를 빌미로한 각종 '돈 뜯어내기식' 협상에 집중하고 있다. 일종의 본보기인 셈이다.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우리나라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통화하고 관세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후 그는 자신의 SNS에서 "거대하고 지속불가능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관세, 조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의 대량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 사업, 그리고 우리가 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비용 지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 총리실은 "상호 윈윈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무역균형을 포함한 경제협력 분야에서 건설적인 장관급 협의를 계속해 나가자고 했다"며 이날의 통화 내용을 밝혔다.
앞서 미국은 지난 2일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대미 관세가 사실상 없는 한국에 25%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는 상호관세 및 자동차를 비롯한 품목별 관세의 세율을 낮추고, 최소한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은 관세 대우를 받도록 협상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해 보복관세로 맞대응한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과 즉시 관세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고, 같은 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관세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이어 한국 정상과 연이어 통화한 것은 동맹과 먼저 협상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대미 흑자 많은 한국과 일본, 우선 협상으로 무역 적자 줄이겠다"
얼핏 들으면 동맹이라서 미국과 먼저 협상할 기회를 준다는 뉘앙스가 읽히지만, 미국의 무역적자를 신속하게 줄이려면 한국과 일본 등 대미 무역흑자가 많은 국가를 우선해서 상대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 인식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연합뉴스 등이 보도했다.
안하무인식으로 나오는 트럼프 행정부도 어려워 하는 국가들이 있다. 비슷한 힘의 균형을 가지고 있는 유럽연합과 중국이다. 그러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 캐나다, 멕시코 등 동맹을 협박(?)해서 본보기를 만드려는 심산이다.
우선 유럽연합은 회원국이 많아 협상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데다 미국에 대한 보복 관세를 검토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미국과 맞먹는 경제 규모와 글로벌 영향력이 있다. 특히 미국에 대해 강력한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고 있어 미국이 다른 주요국을 해결한 뒤 총력을 다해 상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막대한 무역적자를 안긴 또다른 주요 동맹이자 교역국인 멕시코, 캐나다와는 불법 이민과 마약 유입을 이유로 지난 2월 관세 부과를 발표한 뒤 협상을 계속해오고 있다.

'리더십 부재' 한국, 울며 겨자먹기로 끌려갈 수도
우리나라의 경우 '울며 겨자먹기'로 미국에게 끌려가는 모양새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재로 존재감 없는 한덕수 권한대행이 나서고 있기에 우리나라의 주장을 설득하기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대한 수입을 늘려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고, 미국과 조선업 및 LNG 협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으로 미국 설득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제안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표면적인 반응은 일단 나쁘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권한대행과 통화에 대해 "(한미) 양국 모두를 위한 훌륭한 합의의 윤곽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고,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미국 노동자와 농민을 위해 정말 긍정적이었다. 테이블에 정말 많은 양보(concessions)가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미국에는 좋았지만, 우리나라는 말 그대로 '양보에 양보'를 거듭한 협상으로 보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협상을 서두르기보다는 일본과 EU 등 경쟁국들의 협상 동향을 주시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섣불리 협상을 타결했다가 트럼프의 변덕 탓에 아주 불리한 조건의 치욕적인 결과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