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위에서 24위로 추락한 서울
자산 유출·정치 불안·환율까지 복합 요인 작용

서울이 전 세계 부유한 도시 순위에서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하며 자산가 이탈 경고등이 켜졌다. 환율 급등과 증시 부진에 더해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고액 자산가들이 서울을 떠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0일(현지시각) 영국의 투자이민 컨설팅 업체 헨리앤드파트너스와 자산 정보업체 뉴월드웰스가 발표한 ‘가장 부유한 50대 도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서울에 거주하는 백만장자는 6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8만2500명보다 1만6500명 줄어든 수치다. 도시 순위는 전년도 19위에서 올해 24위로 5계단이나 밀려났다. 보고서에 포함된 50개 도시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이다.
이번 조사에서 백만장자는 ▲상장주식 ▲현금 ▲암호화폐 등 투자 가능한 유동자산이 미화 100만달러(한화 약 14억7000만원) 이상인 개인을 의미하며, 부동산 자산은 포함되지 않는다. 서울 내 1억달러(약 1470억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억만장자 수도 195명에서 148명으로 줄었다.
뉴월드웰스의 앤드루 어모일스 연구총괄은 순위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원화 약세”를 지목했다. 그는 “2024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달러 기준 통계상 서울의 자산가 수가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며 “달러 환산 코스피 지수는 1년간 20% 이상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지난해 말 원/달러 환율은 1472.5원으로, 전년 말 1288.0원에서 14%나 뛰었다. 같은 해 코스피는 원화 기준으로도 약 10% 하락했다. 환율 상승이 더해지면서 달러 기준 자산가치는 그보다 더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는 분석이다.
부자들의 탈서울…연간 1200명 해외로 빠져나가
보고서는 순위 하락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자산가 이탈을 지목했다. 헨리앤드파트너스가 발표한 2024년 ‘백만장자 순유출’ 추정치에 따르면 한국은 연간 1200명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1만5200명), 영국(9500명), 인도(4300명)에 이어 세계 4위다.
어모일스 연구총괄은 “순자산가 유출에는 정치적 불안과 사회적 시위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서울의 순위 하락은 여러 불안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백만장자 수 1위 도시는 미국 뉴욕(38만4500명)으로 나타났고 이어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34만2400명) ▲도쿄(29만2300명) ▲싱가포르(24만2400명) ▲로스앤젤레스(22만600명) 순이었다. 런던은 21만5700명으로 처음으로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는 브렉시트 이후 자금 유출과 세금 증가 영향으로 분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