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9번째 땅 꺼짐···시민 불안 확산, “대낮이었다면 참사”
부산 사상구 도시철도 공사 현장 인근에서 또다시 대형 싱크홀이 발생하면서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고는 도심 횡단보도 한복판에서 발생해 인명 피해로 직결될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부산 사상구청에 따르면 13일 오전 5시40분쯤 사상구 학장동 한 횡단보도에서 가로 5m, 세로 3m, 깊이 45m 규모의 싱크홀이 생겼다.
사고 지점은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 현장 인근으로 해당 노선은 2호선 사상역에서 1호선 하단역까지 6.9km를 잇는 구간이다. 개통 목표는 2026년 말이다.
이번 사고는 경찰이 “싱크홀이 발생할 것 같다”는 시민 신고를 접수하고, 이를 전달받은 사상구청 직원들이 현장에서 안전 조치를 하던 중 벌어졌다.
사상구청 관계자는 "경찰 연락을 받고 현장에 출동해 조치 중 땅 꺼짐 현상이 시작됐다"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다행히 사고 시각이 이른 새벽이어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횡단보도 한복판에서 일어난 사고였던 만큼 대낮에 발생했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사고 지점이 동서고가로 교각과 불과 몇 m 떨어진 곳이어서 교각 붕괴로까지 번질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상~하단선 공사 구간은 이미 ‘싱크홀 우발지대’로 악명이 높다. 지난해 9월에도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트럭 2대가 8m 아래로 추락했고, 최근 1년 새 9건이 넘는 땅 꺼짐이 발생했다. 부산시는 올해 2월 특별 조사 결과 “폭우와 차수 공법 부실이 복합적으로 원인이 됐다”고 발표했지만 추가 사고를 막지 못했다.
부산시는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하수 박스와 통신시설 연결부의 장기간 누수를 지목하고 있다. 하수 박스 내 통신관로가 파손되면서 토양이 유실돼 지하에 빈 공간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현장에서는 경찰과 구청, 부산교통공사 등이 합동으로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지반 추가 붕괴 방지를 위한 긴급 조치가 진행 중이다. 시는 지반침하 위험도 평가, 시추 조사,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등 추가 정밀 조사를 벌여 근본적인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시민 불안은 커지고 있다. 사고 소식을 접한 시민 주영은(26)씨는 “횡단보도 한복판에서 땅이 꺼지는 게 말이 되냐”며 “계속 이런 사고가 반복되니 길을 걸을 때도 발밑이 불안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사고 당일 현장을 찾아 "반복되는 사고의 원인 규명이 최우선 과제"라며 "전문가 중심의 정밀 조사를 통해 사고를 철저히 수습하고, 추가 사고가 없도록 모든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고는 전국적으로 빈번히 발생하는 싱크홀 사고의 위험성을 재확인시키고 있다. 지난 3월 서울 강동구에서도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오토바이 운전자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어, 전국적인 관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