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관세·CBAM, 중소 부품사에 '직격'
정부, 수출 다변화 및 현지화 전략 지원
자동차 부품 업계가 유례없는 이중규제의 파고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발 자동차 부품 관세와 더불어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가 적용되며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CBAM를 근거로 탄소 배출이 많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같은 품목에 탄소배출 인증서 구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약 1700개의 기업이 CBAM의 보고 대상인데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78.3%가 CBAM에 대해 잘 모르고 있으며 54.9%는 무대응으로 나타났다. 생산 공정별 탄소 배출량 산정과 보고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 및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CBAM은 EU로 수출되는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전기 등 고탄소 제품에 대해 '탄소배출량 기반의 비용(탄소세)'을 부과하는 제도다. 제품당 탄소배출량을 명확히 측정하고 신고해야되기 때문에 부품 제조 단가를 높이게 하는 원인이 된다.
부분환급을 받긴 하지만 미국발 자동차 부품관세도 큰 부담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한국의 자동차 수출은 3.8% 감소했으며 미국향 수출은 6.8% 줄었다. 중소 부품사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비 부담까지 겹쳐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중고' 직면한 부품업계···생존 전략은?
전문가들은 CBAM과 미국발 관세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해 있지만 협동조합을 통한 공동 구매와 생산, 탄소 모니터링 시스템의 디지털화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중소 부품사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협동조합 형태로 공동구매 및 공동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 소재 중소 자동차 부품사들은 '그린파트너스협동조합'을 결성해 탄소 저감형 철강재를 대량 구매해 단가를 낮추고 있다. 특정 부품의 생산 공정을 공유해 설비 투자 비용을 분담하고 생산 효율성을 높일 방침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은 개별적으로 CBAM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협동조합을 통한 공동 대응이 효과적"이라며 "유럽 진출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은 조합을 통해 인증서 비용 부담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부품사들은 비용 효율적인 소프트웨어 기반 탄소 모니터링 시스템도 도입하고 있다. 경기도 소재 금형업체 A사는 클라우드 기반 탄소 관리 솔루션을 도입해 원료부터 최종 제품까지의 탄소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기록할 수 있게 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366조 원 규모의 무역금융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중소기업을 위한 관세 대응 수출 바우처, 무역보험 한도 확대, 보험료 할인 등이 포함됐다. 수출 전략 회의를 통해 미국발 관세 대응 방안도 모색 중이다. 중소 부품사들의 수출 다변화와 현지화 전략도 지원에 나섰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CBAM 대응을 위해 탄소 배출량 산정·검증 컨설팅, 탄소 감축설비 도입·운전을 위한 정책자금 융자 및 보증, CBAM 특화 교육프로그램 등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며 "자동화 측정·보고·검증(MRV) SW를 개발·보급함으로써 탄소 배출량 산정 등 중소기업의 CBAM 대응 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탄소중립 관련 정보를 종합 제공하는 플랫폼을 확대·개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