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첨단산업이 여는 국가 경쟁력의 미래

| 스마트에프엔 = 이장혁 기자 | "혁신경제를 도모하고 결실을 모두가 나누는 균형성장을 추진하겠습니다. 국민의 삶을 지키는 '기본이 튼튼한 사회'를 구축하고,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지난 13일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던진 이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향후 10년 대한민국이 가야 할 방향을 집약한 선언이었다. 세계 경제가 인공지능, 친환경 에너지,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변곡점을 맞이한 지금, 한국은 산업과 사회의 구조를 통째로 재설계해야 하는 중대한 시기에 서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제조·수출 중심 성장 모델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로 내수 위축, 산업 기반의 노후화,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대한민국 성장 엔진은 점차 힘을 잃었다. 그러나 역사는 말한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발견한 나라들이 다음 시대의 주인공이 되었음을.

대한민국 대전환의 핵심 키워드는 '혁신경제'다. 인공지능(AI), 바이오헬스, 이차전지, 반도체 같은 첨단 미래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지역 균형 혁신을 통해 국가 성장 기반을 넓히는 전략이다. 정부는 향후 5년간 210조 원의 R&D 투자, 100조 원의 국민성장펀드 조성, 그리고 규제 제로화와 네거티브 규제 전환을 본격화한다.
목표는 분명하다. 성장의 과실을 국민 모두가 나누고 기술주권을 강화해 세계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AI·RE100·메가특구가 바꾸는 산업 지형
실행 단계도 구체적이다. 1조 4600억 원을 투입해 1만 장 규모의 고성능 GPU를 확보하고 이를 스타트업·중소기업·대학·연구기관에 개방해 AI 활용을 촉진한다. 'AI 바우처 사업'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은 3억 원, 소상공인에겐 5000만 원까지 지원해 AI 솔루션을 도입하게 한다. 이는 우리나라가 '모두의 AI' 시대를 열고 산업 전반에 디지털 혁신을 확산시키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이런 흐름은 에너지 전환과 맞물려 가속화되고 있다. 전남 해남의 '솔라시도' RE100 산업단지는 50만 평 부지에 3GW급 태양광·풍력 설비를 갖추게 된다. 산업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이 모델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요구되는 '탄소중립 인증'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송산그린시티 스마트 그린 산업단지'를 비롯한 전국 각지의 RE100 산업단지가 친환경 에너지와 스마트 인프라를 결합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전국 5대 초광역권과 3대 특별자치도를 중심으로 한 '메가특구' 전략은 새로운 산업의 실험장이자 첨단 기술 집약지 역할을 한다. 규제를 없애고 기업이 자유롭게 신기술을 시험할 수 있도록 하며, 각 지역별 강점을 살린 특화 산업을 집중 육성한다. 호남권은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암모니아 연료 산업, 경남권은 AI 기반 스마트 조선·해양플랜트, 충청권은 바이오헬스 클러스터, 강원권은 청정 수소·풍력 결합형 탄소중립 모델, 제주도는 탄소제로섬이 대표적이다.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의 전략은 두드러진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으로 제조업 디지털화를 주도했지만, AI 인프라 개방과 전국 단위 RE100 산업단지 조성이라는 점에서는 한국이 더 과감하다. 미국은 반도체와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대규모 보조금 정책을 펼치지만, 지역 균형 발전 측면에서는 중앙집중적 경향이 강하다. 일본의 '그린 트랜스포메이션'은 탄소중립에 집중하지만, AI와 반도체 분야에서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한국은 이들의 장점을 흡수해 전국을 실험실이자 생산기지로 만드는 독자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균형성장과 기술주권, 세계 경제를 향한 두 개의 엔진
민간 부문도 변화의 중심에 있다. 대기업들은 AI, 바이오, 첨단 이차전지, 반도체에 대한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에 나서고 있으며,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정부 정책 자금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혁신 제품 개발과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한다.
ESG 경영과 RE100 참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친환경 경영은 사회적 책임을 넘어 글로벌 수주 경쟁에서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현장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제조업에선 AI 기반 예측 유지보수와 스마트 팩토리가 생산 효율성과 품질을 끌어올리고 있다. 농업에서는 드론과 IoT 센서 기반 스마트팜이 확산되고, 의료에서도 AI 진단 보조 시스템이 의료 서비스의 질과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전통 산업과 첨단 기술, 데이터와 에너지가 결합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추진 중인 전략이 계획대로 이행될 경우 2030년 수출 1조 달러, 국민소득 5만 달러, AI·반도체·바이오 분야 글로벌 톱3 진입, 전국 산업단지 RE100 달성, 전략산업 기술인재 50만 명 양성이라는 성과가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과제도 있다. 전략 산업 전반에서 고급 인재 부족은 심각하고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의 기술·재정 부담도 크다. 지방과 수도권 간 격차 해소 역시 시급하다. 정부는 산학연 협력 네트워크 강화, 연차별 성과 평가, 책임경영 체계 같은 정책적·기술적 대응을 병행해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기술주권을 확보하고 균형성장을 달성하려면 속도와 실행력이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정책은 민간의 혁신 속도에 뒤처지지 않아야 하며, 기업은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장기적 투자와 글로벌 협력을 병행해야 한다. 국민 역시 변화의 수혜자가 아니라, 혁신의 주체로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AI 강국, 수출 1조 달러, 국민소득 5만 달러, 종합 국력 세계 5위 진입은 이제 선언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시나리오로 다가오고 있다. 혁신경제는 산업정책을 넘어 국가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전환이다. 균형성장과 기술주권이라는 두 축이 흔들림 없이 추진된다면, 대한민국은 세계 경제사에 새로운 챕터를 쓰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