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총수들의 긴급 방미, 한미동맹 정치적 배경 더해져
트럼프의 관세 압박 속 이뤄낸 한국 산업의 중대 승부

| 스마트에프엔 = 이장혁 기자 | 협상 마감을 불과 이틀 남겨놓고 기업 총수들이 움직였다. 삼성 이재용 회장, 현대차 정의선 회장, 한화 김동관 부회장 등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의 리더들이 워싱턴으로 향했다. '25%' 위협적 숫자가 걸려 있던 관세율 협상의 끝자락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택한 숫자는 15%. 극적인 순간의 승부였고, 한국 경제에 걸린 중대 위기를 넘어서는 데 있어 '한미동맹'과 '기업의 역할'이라는 두 축이 강력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막판 총력전, 재계가 움직이다
협상 마감이 다가올수록 한국의 움직임은 더욱 분주해졌다. 이재용은 미국으로 떠나며 현지에서 반도체 투자를 강조했고, 정의선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루이지애나에 21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상태였다. 김동관은 미 조선업 육성 전략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를 현실화하기 위한 협상 지원에 들어갔다.
기업 총수들은 각자가 가진 미국 내 인맥과 기업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협상 지원에 나섰다. 정부가 협상의 중심에서 정책을 주도했다면, 기업들은 미국 정치·경제 인사들과의 접촉을 통해 한국의 투자가 미국 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적극 강조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역시 현지 상하원 의원들과 접촉하며 "한국과의 상호 관세 부과가 미국 경제에도 손해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전달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움직였고, 정부 또한 "요청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관세 협상은 재계에도 절박한 문제였다.

트럼프의 '25%', 동맹의 변화
미국이 던진 25% 관세 카드는 강력했다. 현대차는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약 20% 감소했다. 국내 산업 전체가 흔들릴 위기였다. 삼성과 LG가 각각 테슬라와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고 셀트리온이 미국의 대형 바이오 공장 인수전에 나선 것도 이런 긴장감을 반영한 총력 대응이었다.
이번 협상은 단지 경제적 문제만은 아니었다. 북핵 위협과 맞서야 하는 한미동맹의 특수성이 함께 고려됐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안규백 국방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간의 긴급 통화는 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북한과 대치하는 지정학적 상황 속에서 한국의 산업과 안보가 밀접히 연계돼 있음을 미국에 분명히 인식시키는 역할을 했다.
트럼프는 SNS를 통해 합의를 공식화하며 "한국은 미국에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농산물 등 주요 품목의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기로 한 것도 중요한 성과로 내세웠다.

기업·정부·동맹, 15% 관세가 말하는 것
15%라는 관세율은 기업과 정부의 전략적 대응, 그리고 한국이 가진 지정학적 가치가 결합한 결과다. 한국이 미국과 체결한 3500억 달러 규모 투자 계획과 에너지 수입 확대 약속은 미국에서도 충분한 경제적 이득이다. 한미동맹이라는 정치적 관계가 더해지면서 협상은 '상호 이익'이라는 균형점을 찾을 수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도 31일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을 공식 발표하며, 이번 합의로 한국은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춰 수출 경쟁 환경에서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협상이 국민주권정부의 첫 통상 분야 과제였으며, 3500억달러 규모의 펀드가 조선·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에너지 등 전략산업 협력 기반을 공고히 하고, 1500억달러는 조선 협력 전용으로 투입돼 한국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촉박한 기간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협상에 임했으며, 미국의 제조업 재건 목표와 한국의 대미 경쟁력 강화 의지가 맞물린 결과라고 평가하면서, 이를 계기로 한미 산업협력과 동맹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협상 타결 직후 재계 관계자는 "기업 총수들이 한꺼번에 미국을 찾는 일은 드물다. 이번 협상은 그만큼 절박한 문제였고 기업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미국의 마음을 움직인 측면도 크다"고 평가했다.
한국 경제의 중요한 순간마다 늘 '동맹' 요소가 배경이 됐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트럼프가 선택한 15%의 숫자는 경제적 양보가 아니라, 정치와 경제가 교차하는 결과물이었다.
한미관세협상은 마무리됐다. 경제, 외교, 그리고 기업 총수들이 펼친 긴급한 외교적 움직임까지. 결과는 '15%'였고 이는 또 다른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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