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급락·국내 역프 동시 발생비···트코인 투자심리 흔들려

| 스마트에프엔 = 정윤호 기자 | 비트코인 가격이 글로벌 시장에서 11만4000달러대까지 급락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역(逆) 김치프리미엄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 물가 지표 충격으로 가상자산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국내 투자 수요까지 줄며 가격 괴리가 발생한 것이다.
19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중계앱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오전 7시12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전일 대비 0.76% 하락한 11만6996.85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새벽에는 11만5000달러대를 지나 일시적으로 11만4000달러대까지 내려갔다. 지난 13일 기록한 역대 최고가 12만4500달러대에 비해 8% 가까이 하락한 수준이다.
같은 날 국내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1억6990만원까지 치솟으며 전고점을 다시 경신했지만 글로벌 시세와 비교하면 여전히 저렴하게 거래되고 있다. 데이터맥시플러스에 따르면 김치프리미엄은 지난달 -2%대를 기록한 이후 최근까지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4일 업비트 기준으로 1억6680만원에 거래되던 날에는 -0.8% 역프가 발생했고 이달 11일 1억6700만원을 돌파했을 때도 -0.5% 수준을 나타냈다.
이번 하락세는 미국의 물가 지표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아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 영향때문이다.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9% 상승해 전망치 0.2%를 크게 상회했고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3.3%로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CNBC는 “도매 물가 급등으로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에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가상자산 통계사이트 코인글라스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약 8000억원 규모인 5억7635만달러가 강제 청산됐다. 이 가운데 비트코인 롱 포지션이 1억2400만달러, 이더리움 롱 포지션이 1억8400만달러였다.
강제 청산이 이어지면서 알트코인 낙폭도 확대됐다. 이더리움은 2.56% 떨어진 4379.41달러, 리플은 0.49% 내린 3.08달러를 기록했고 솔라나, 도지코인, 트론, 카르다노도 모두 약세를 면치 못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거래량 감소가 역프 발생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업비트의 일일 거래규모는 지난해 12월 285억달러(약 39조원)였으나 지난 17일 기준 15억달러(약 2조원)로 급감했다.
빗썸도 같은 기간 62억달러(약 8조6000억원)에서 7억6000만달러(약 1조원) 수준으로 줄었다. 정지성 코빗리서치센터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며 매수세가 약화된 점이 역프의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채 장기물로의 자금 이동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DB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1981년과 유사한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미국채 장기물 비중을 확대하고 주식, 금, 비트코인 비중을 줄일 것을 권고했다.
이와 관련해 강현기 DB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향후 금융시장이 변화할 가능성은 미국채 장기물 금리 하락 여부에 달려 있다”며 “미국채 장기물이 인기 있는 투자 대상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