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산재처리 단축 방안 발표···2027년까지 마련키로
근골격계 질병 인과 인정된 32개 직종은 특별진찰 생략
반도체종사자 백혈병 등 역학조사 없이 산재 승인 판단
전담팀 신설·AI 판정 시스템 도입해 전문성·효율성 강화

| 스마트에프엔 = 지원선 기자 | 정부가 업무상 질병과 관련한 산업재해 처리 절차를 개편해 지난해 평균 227.7일 걸리던 산업재해 처리 기간을 오는 2027년까지 120일로 절반 가까이로 단축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1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업무상 질병 산재 처리 기간 단축 방안'을 발표했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담긴 내용으로 국정기획위원회가 신속 추진과제로 제안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업무상 질병은 근로자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유해·위험 요인에 노출되거나, 소음, 반복 작업 등으로 인해 신체에 무리가 가해져 발생한 질병 등을 의미한다.
방안에 따르면 노동부는 산재 처리 절차를 개선하고 재해 조사 기능을 강화해 2027년까지 처리 기간을 평균 120일까지 단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산재 피해를 당한 노동자가 질병에 걸려 산재를 신청하면 업무와 질병 사이 상당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의료기관의 특별진찰, 연구기관의 역학조사,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등 여러 단계 판단 절차를 거친다. 이 경우 평균 처리 기간이 지난해 기준 227.7일(약 7개월) 소요되고 최장 4년까지 걸리기도 한다.
이에 따라 산재 승인을 기다리다 숨지는 근로자만 최근 5년(2020~2024년) 동안 149명 발생하는 등 산재 처리 장기화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있었다.
노동부는 전체 업무상 질병의 51%를 차지하는 근골격계 질병과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상당하다고 인정된 32개 직종은 다수의 사례가 이미 축적된 만큼 특별진찰을 생략해 산재 처리 기간을 대폭 단축하기로 했다.
32개 직종은 환경미화원과 내장인테리어목공, 중량물 배달원 등이 해당한다. 해당 직종은 앞으로 특별진찰을 건너뛰고 사실관계에 대한 재해조사와 질판위 심의만 거쳐 산재 승인 여부를 판단받는다.
현재 특별진찰에 추가로 걸리는 기간은 평균 166.3일로, 특별진찰이 생략되면 처리 기간이 크게 단축될 수 있다. 노동부는 향후 건설업의 시스템비계공, 방수공 등 현장 제안이 있었던 직종에 대해서도 노사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광업 종사자의 원발성 폐암, 반도체 제조업 종사자의 백혈병, 단체급식 조리종사자의 조리흄 노출로 인한 폐암, 용접종사자에게 발생한 안과질환 등 질병과 유해물질 간 상당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도 역학조사 의뢰 절차가 생략된다.
역학조사는 질병 원인이 분명한 경우 연구기관에서 유해 요인, 노출 정도 등을 분석해 업무 관련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역학조사에 추가로 걸리는 시간은 현재 평균 604.4일에 달한다.
노동부는 재해조사 기능 강화를 위해 근로복지공단 전체 소속기관 64곳에 '업무상 질병 전담팀’을 신설하고, 재해조사 담당자에 '산재보험 재해조사 전문가' 교육을 의무화한다. 축적된 판정 데이터를 활용하는 AI 기반 심사 시스템도 구축해 심의 내실화를 도모한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AI 처리 시스템으로 축적된 산재 판정 데이터에 기반한 전문적인 산재 심사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라며 "판정위원회는 심의 안건 수를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하고 위원회 간 주요 판정 사례를 활발하게 공유해 심의를 내실화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산재 결정 이후 사후 보완책도 대책 방안에 담겼다. 국선대리인 제도를 신설해 노동자의 산재 신청부터 이의제기까지 무료 법률서비스를 지원하고, 근로복지공단 패소율이 높은 질병은 판례 경향을 반영해 인정기준을 재정비한다는 계획이다.
김 장관은 "산재 신청 후 아픈 몸으로 길게는 수 년까지 기다려야 했던 노동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권리를 신속하게 보장하겠다"면서 "앞으로 산재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 산재보험이 '신속하고 공정한 산재보상'이라는 제도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