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A 출범, 현대차 SDV 전략 현실 무대에 오르다
2030년 1조2000억달러 시장···SDV가 여는 기회
차에서 도시로···SDV, 이동수단 넘어 서비스 플랫폼으로
| 스마트에프엔 = 김동하 기자 | 현대자동차가 정부, 학계, 기업과 손잡고 'NUMA(Next Urban Mobility Alliance)'를 출범시키며, 그동안 미래 비전으로만 제시됐던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략을 본격적으로 현실화하고 나섰다. 단순한 차량 제조를 넘어 모빌리티 생태계의 '운영자'로 거듭나려는 현대차의 야심이 구체적인 청사진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NUMA의 탄생, SDV 실현 위한 '생태계 확장'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현대차는 민·관이 경계 없이 협력하는 협의체 'NUMA(Next Urban Mobility Alliance)'를 출범했다.
현대차의 SDV 전략은 차량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해 마치 스마트폰처럼 기능을 업데이트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SDV의 진정한 가치는 차량 한 대에서만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교통 시스템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극대화된다. NUMA는 바로 이 지점에서 현대차 SDV 전략의 ‘마지막 퍼즐’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SDV는 주로 개별 차량의 기술 혁신으로 논의돼 왔다. 그러나 NUMA는 도로, 신호등, 대중교통 등 도시 인프라와 SDV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민관 협력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 NUMA를 통해 수집된 실시간 교통 데이터를 기반으로 SDV 차량은 최적의 경로를 안내받고, 혼잡한 도심에서는 자율주행 대중교통과 연동해 효율적인 이동을 지원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SDV가 도시의 삶을 혁신하는 '서비스'로 자리 잡게 하는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SDV란 무엇인가
SDV란 차량의 핵심 기능들이 소프트웨어로 구현 및 제어되는 자동차를 뜻한다. 차량의 주행 성능,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등 다양한 기능이 전자제어장치(ECU)와 차량용 운영체제(OS)에 의해 실시간으로 작동하고 무선 업데이트(OTA)를 통해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차량을 구매한 뒤에도 스마트폰처럼 성능 개선과 맞춤형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SDV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자동차는 기존 '하드웨어 제품'에서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전환기를 거치고 있다.
시장 전망도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업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SDV 시장 규모는 지난해 2135억달러에서 오는 2030년 1조2376억달러로 연평균 3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가 걸어온 SDV 준비 과정
현대차는 NUMA 출범 이전부터 이미 SDV 전환을 위한 준비에 속도를 높여왔다.
대표적인 성과로는 OTA(Over-the-Air) 무선 업데이트 상용화가 꼽힌다. 제네시스, 아이오닉 등 주요 모델에서 인포테인먼트뿐 아니라 주행 성능과 안전 기능까지 무선으로 개선할 수 있게 하며, 차량이 시간이 지날수록 진화하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차량용 고성능 컴퓨터(HPVC)와 차세대 전기·전자 아키텍처(E/E Architecture) 개발에도 집중해 왔다.
기존 수십~수백 개에 달하던 ECU를 중앙 집중형으로 전환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 개발 효율성을 높이고 서비스 확장성을 강화했다.
아울러 글로벌 반도체, 클라우드 기업, 자율주행 스타트업 등과의 폭넓은 협력을 이어가며 차량을 IT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토대를 구축했다.
이는 현대차가 단순 제조업체에서 벗어나, 차량을 '움직이는 스마트 디바이스'로 재정의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SDV가 가진 가치
SDV는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에서 서비스 플랫폼으로 격상시키는 혁신적 가치가 있다. 무엇보다 지속적인 진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차량은 출시 시점의 기능에 머무르지 않고, OTA 업데이트를 통해 성능과 기능이 계속 향상되며 가치가 높아진다.
또한, 차량 내부를 새로운 서비스 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다. 커머스, 콘텐츠, 금융, 헬스케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차량 안에서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자동차는 곧 ‘이동하는 생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다.
SDV는 도시 차원에서도 혁신을 가져온다. 교통 인프라와의 연결을 통해 혼잡을 줄이고, 자율주행 대중교통과 연계해 이동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동시에 이는 제조업 중심의 자동차 비즈니스 모델을 구독·서비스 기반 구조로 확장시키며, 산업 전반의 수익 구조에도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향후 전망과 과제
현대차는 2026년 통합형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반 SDV 콘셉트카를 공개하고, 2028년까지 완성형 SDV를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NUMA 출범은 이러한 현대차의 비전이 더 이상 단순한 계획이 아니라, 민관 협력이라는 강력한 동력을 얻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방대한 데이터 수집·활용 과정에서의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문제, 새로운 법규와 규제 마련, 이해관계자 간 합의가 필요하다. 글로벌 경쟁사인 테슬라, 폭스바겐, GM 등도 SDV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가 어떤 차별화 전략으로 경쟁력을 확보할지도 관건이다.
NUMA는 현대차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거듭나기 위한 중요한 시도이자, SDV 전략의 가시적인 성과다. OTA, 차량 컴퓨팅, 민관 협력 생태계를 바탕으로 현대차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을 어떻게 확보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완전한 자율주행이나 AI를 바탕으로 무인 자동차가 완성 된다면 모빌리티뿐만 아니라 주거 환경까지 다 바꿀 수 있다"며 "지방에서도 차에서 쉬면서 출근할 수 있게 되면서 교통수단의 변화뿐만 아니라 주거 지역의 변화까지도 유도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