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룰' 도입, 감사위원 선임 구조가 바뀐다
이사회 독립성 강화, 속도와 투명성의 균형
소액주주 힘 강화, 행동주의 펀드 재등장 가능성
| 스마트에프엔 = 김동하 기자 | 한국 기업 생태계에 중대한 변화가 예고됐다. 지난 25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기업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고 주주권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이 변화는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현대자동차그룹 같은 전통 제조 대기업이 디지털·모빌리티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에도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감사위원 선임 구조, '3% 룰'로 외부 견제 강화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개정의 가장 큰 변화는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이른바 '3% 룰'이다.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에서는 소액주주나 행동주의 펀드의 발언권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경영진 입장에서 의사결정 리스크지만, 반대로 기업 투명성 강화 → ESG 점수 개선 → 글로벌 투자자 신뢰 제고라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도 있다.
이사회 독립성 강화, 속도 vs 투명성
사외이사 비율 확대와 전문성 요건 강화는 현대차그룹의 의사결정 과정에 더 많은 ‘검증’을 요구한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등 속도가 핵심인 분야에서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사회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면서 전략 실행 속도는 느려질 수 있지만, 이는 곧 글로벌 파트너십 협상에서 신뢰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소액주주 파워 업, 행동주의 리스크 재부상
전자투표 활성화와 집중투표제 확대는 소액주주 권한을 극대화한다. 과거 엘리엇 사태가 보여준 것처럼,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가 다시 현대차그룹을 겨냥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 주주친화 정책을 강화해 불필요한 갈등을 예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 개편 압력, 다시 테이블 위로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이번 개정으로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지주사 전환 또는 현대모비스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는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정의선 회장이 추진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 기업’ 전략을 뒷받침하려면, 지배구조 단순화와 의사결정 체계 투명화가 필수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의선회장→현대모비스 →현대차→기아로 이어지는 형태의 투명한 지배구조로 재편이 현실화 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현재 기아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가치 4조7000억원 확보가 필수적이며, 향후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또는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지분 활용 가능성이 보다 선명해졌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협력과 M&A, 절차는 복잡해지지만 신뢰도는 상승
이사회 견제가 강화되면서 대규모 M&A나 해외 투자 프로젝트 승인 절차는 까다로워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확보되는 투명성은 글로벌 테크 기업과의 협업에서 신뢰를 높이는 자산이 된다.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배터리 합작사 설립이나 빅테크와의 자율주행 협업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그룹이 취해야 할 전략적 포인트는?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와 이사회 독립성 확대라는 새로운 경영 환경에 직면하게 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다음과 같은 대응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첫째, 지배구조 단순화다. 현대차그룹은 여전히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외부의 구조 개편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재편, 또는 지주사 전환을 유력한 시나리오로 꼽는다. 이는 정의선 회장이 추진하는 모빌리티·소프트웨어 중심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둘째, 주주친화 정책 강화다. 이번 개정으로 소액주주의 발언권이 커진 만큼,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차단하고, 동시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수단으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셋째, 전문성 중심의 이사회 구성이다. 전기차, 자율주행, AI 등 미래차 전략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기술 이해도가 높은 사외이사를 영입해 의사결정의 전문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전략 추진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강화된 규제 환경 속에서 투명성과 실행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규제 아닌 '체질 개선' 마지막 기회
상법 개정은 현대차그룹에 단순한 규제가 아니다.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의사결정 전문성 확보는 선택이 아닌 생존 조건이다.
이번 변화를 선제적으로 활용한다면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모빌리티 전쟁에서 신뢰라는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게 된다. 그러나 주저하면 행동주의 펀드나 글로벌 경쟁사에 주도권을 뺏기는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같은 변화를 규제로 볼지 혁신의 가속페달로 삼을지 선택을 내려야한다.
유 연구원은 "현대차는 올해 말을 기점으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2(2세대 휴머노이드 로봇)를 미국과 싱가폴 공장에 투입할 예정인데 로봇의 부품 생산 밸류체인 확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그러나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차원에서 파급력이 더욱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제조사의 입장에서 정책이나 제도와 관련해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관세 협상, 끝 아닌 시작"···김정관 산업부장관·최태원 대한상의회장, 기업 부담 완화 해법 모색
- 상법 개정 여파···기업들 "이사회 의사결정 리스크 대응 시급"
- 상법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3%룰·이사 주주충실 의무 확대
- 현대차, NUMA 출범···SDV 전략 본격 가시화
- 기아, '음악으로 하나 되는 우리: 하모니움 x 런 피아노' 개최
- 현대차, 美서 'CEO 인베스터 데이' 개최
- 현대차, 2025년 임단협 잠정합의···기본급 10만원 인상
- 현대모비스, IAA 2025 포럼 개최···'전동화, 통합 솔루션, 사용자 경험' 기술로 글로벌 Top 3 노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