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국면에서 빛나는 한국 EV 산업의 연합 전략
현대차, 단일 완성차사로 국내 3사 배터리와 협력
소재기업, 공급 넘어 투자·리스크 공유 파트너로 진화
| 스마트에프엔 = 김동하 기자 | 글로벌 전기차(EV) 시장이 ‘캐즘(chasm·성장 둔화)’ 구간에 접어들면서 국내 완성차와 배터리, 소재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연합 전략에 속속 나서고 있다. 충전 인프라 부족, 원자재 가격 불안, 정책 규제 등 구조적 제약 속에서 개별 기업의 단독 대응은 한계가 뚜렷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현대차그룹, 배터리 3사와 북미 동맹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달 22일 경기 화성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배터리 3사)과 전기차 배터리 안전기술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난해 8월부터 배터리 안전 기술 협력 체계를 구축해 온 결과물이다.
이번 협약은 한 국가 내 완성차와 주요 배터리 업체가 안전기술 분야에서 연합을 결성한 세계최초 사례이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 및 배터리 산업에서 'K-배터리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차·기아는 북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배터리 3사와 협력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는 미국 조지아주에 7조원 규모의 합작공장을 세워 2025년부터 연간 30GWh 규모의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SK온과는 같은 지역에 6조원 규모의 합작공장을 건설해 전용 전기차 공장과 연계한 현지 공급망을 구축한다. 삼성SDI와는 스텔란티스 합작법인인 ‘스타플러스 에너지(StarPlus Energy)’를 통해 협력 관계를 넓히고 있다.
현대차가 국내 배터리 3사 모두와 합작 관계를 맺은 것은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다.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배터리 3사, 글로벌 완성차와 합작 확장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글로벌 완성차와 합작 라인을 확대하며 북미 시장 내 입지를 다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의 합작사 얼티엄셀즈(Ultium Cells)를 비롯해 혼다와 오하이오주에서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다. 최근에는 테네시 공장을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생산 거점으로 전환,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SK온은 포드와 손잡고 켄터키·테네시에 총 129GWh 규모의 대형 합작단지를 건설 중이며, 현대차와의 조지아 합작도 병행한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스타플러스 에너지를 통해 인디애나주 공장을 건설 중이고, GM과도 합작공장 설립을 추진하며 북미 진출을 본격화했다.

소재업계, 전주기 협력의 연결 고리
배터리 원자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엘앤에프 등 소재 기업들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이들은 단순 공급자를 넘어 완성차–배터리–소재를 잇는 삼각 협력의 연결 고리로 자리잡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배터리 3사 모두에 양극재를 공급하는 ‘트리플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동시에 리튬·니켈 등 핵심 광물 지분 투자와 북미·유럽 현지 공장 설립을 통해 원재료–소재–셀–완성차를 아우르는 전주기 가치사슬을 강화하고 있다.
에코프로는 SK온, 삼성SDI와 협력해 하이니켈 양극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충북 오창을 중심으로 배터리 클러스터를 형성했다. 소재–셀–팩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형 공급망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엘앤에프는 LG에너지솔루션과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테슬라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협력 폭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미 진출을 위한 해외 합작을 모색하며 전방(배터리사)과 후방(광물업체)을 동시에 연계하는 확장형 전략을 취하고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소재업계가 단순 하청 구조를 벗어나 배터리·완성차와 함께 투자와 리스크를 나누는 파트너십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 소재 기업들의 기술력과 공급 안정성이 글로벌 경쟁우위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캐즘 국면에서 한국 기업의 강점은 완성차–배터리–소재–안전 기술까지 망라한 전주기 연합 모델이다. 향후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경쟁에서도 이 협력 구조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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