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헤징 나선 테슬라, 중국 의존도↓
IRA와 관세가 바꾼 글로벌 배터리 판도

| 스마트에프엔 = 김동하 기자 | 테슬라가 배터리 전략 방향을 틀었다. 그동안 중국 최대 배터리 제조사 CATL과 협력했지만 이번엔 LG엔솔을 선택했다. 계약 규모는 약 6조 원(미화 약 43억 달러), 기간은 3년에서 최대 7년, 공급 제품은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사용되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다.

이전까지 LFP 시장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했던 것은 CATL이었다. LG와의 협력은 단순한 공급선 변경이 아닌 테슬라 배터리 전략의 구조적 전환을 보여주는 분기점으로 해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건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건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중국산 배터리, 이제는 리스크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도입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올해 적용된 고율의 대중(對中) 관세는 테슬라의 고급망 재편을 압박해왔다. 중국산 배터리에 대해 최대 58%의 관세가 부과되면서 미국 내 생산 또는 비중국 파트너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미시간, 오하이오, 테네시 등지 LFP 배터리 생산 설비는 좋은 대안이었다. 미국 내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은 테슬라가 중국산 배터리를 대체할 가장 현실적인 파트너로 낙점한 이유였다.

LG엔솔의 카드, 현지생산+품질 신뢰

LG에너지솔루션은 단순히 현지 공장의 경우만 유리한 것이 아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서 글로벌 고객사들과의 다년간 계약을 통해 품질과 납기 신뢰를 입증해왔다.

여기에 더해 북미시장에 특화된 물류 시스템과 고객 대응 역량은 테슬라가 대규모 공급 계약을 맺기에 충분한 신뢰를 제공했다.

LFP(리튬인산철) 기술의 고도화 측면에서도 LG엔솔은 후발주자에서 빠르게 추격해왔다. 전고체 배터리와 차세대 음극재 기술 투자로 병행하며 테슬라의 중장기 기술 로드맵과도 부합하는 기술 파트너로 평가받고 있다.

공급망 다변화는 테슬라의 '리스크 헤징'

테슬라의 이번 선택은 전략적 포트폴리오 재편의 일환이다. 2020년대 초반 테슬라는 CATL과 BYD를 통해 중국 내 LFP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왔다. 그러나 지정학적 갈등과 공급망 단절 리스크가 커지면서 '중국 중심' 체제의 위험성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LG엔솔과의 계약은 테슬라가 '하나의 나라, 하나의 공장' 전략에서 벗어나, 다원화된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는 과정의 일부다. 북미 내 생산·판매 일관 체계를 갖춘 LG엔솔은 테슬라의 미국 중심 제조 전략에 부합했다.

이번 계약은 단순히 6조 원 규모의 공급 계약으로 보이지만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의 흐름을 바꾸는 신호탄에 가깝다.

테슬라는 이번 계약을 통해 미국 내 에너지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며 LG엔솔은 전기차 외 ESS 시장까지 테슬라와의 협업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무엇보다 테슬라가 '중국 없는 배터리 전략'을 현실화하려는 첫 대형 행보라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향후 다른 비중국계 배터리 기업들과의 관계 재조정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북미 ESS 공장의 양산과 함께 출하가 늘어나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전기차 뿐 아니라 ESS 부문에서도 의미있는 수익 개선이 기대된다"며 "단순 생산을 넘어 고수익 제품 비중 확대와 원가 혁신을 병행해 중장기적으로 테슬라와의 협력 범위도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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