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 '낙스트라(Naxtra)'로 12월 양산 돌입
유럽, 가격·친환경성에 나트륨 배터리 '러브콜'
한국, 경제성·공급망 안정성 확보가 관건
| 스마트에프엔 = 김동하 기자 |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리튬에서 나트륨으로 이동할 조짐을 보이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중국 CATL이 내놓은 나트륨 이온 배터리(Na-ion)가 유럽의 보급형 전기차 수요와 맞물리며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발 빠르게 상용화에 돌입했지만 한국 역시 '소재·응용 특화 전략'을 통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2025년 본격 양산 체제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CATL은 지난 4월 상하이에서 열린 '테크데이(Tech Day)'에서 2세대 나트륨 배터리 '낙스트라(Naxtra)'를 공개했다.
기존 대비 에너지 밀도를 끌어올린 제품으로 오는 12월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BYD 또한 나트륨 배터리 탑재 전기차를 준비하며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전세계 나트륨 배터리 생산능력의 90% 이상이 중국에 집중될 전망이다. 리튬 가격 급등과 공급망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은 나트륨을 차세대 전략 사업으로 지정하며 정부 차원의 지원가지 더하고 있다.
유럽, '저가 전기차+친환경' 니즈와 맞아
나트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고급 전기차에는 부적합하지만 가격 경쟁력과 안정성 덕분에 유럽 보급형 전기차 시장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럽은 도심형 전기차(EV) 수요가 높고 배터리 성능보다는 가격·친환경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또 나트륨은 리튬 대비 매장량이 풍부해(약 1200배) 공급망 리스크가 적고 코발트·니켈 같은 유해·고가 원소 사용도 줄일 수 있다.
유럽 환경 규제의 까다로움에 부합한다는 것도 강점이다. 이는 과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성능은 부족하지만 값싸고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던 흐름과 유사하다.
한국, 고성능 삼원계에 치중…대응 늦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여전히 삼원계(NCM, NCA) 중심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고에너지 밀도 기술에서 강점을 유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이 '고성능'에서 '경제성'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는 상황 속에 발 빠른 대응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유럽 시장 공략에서 공백이 크다. 유럽은 내연기관 퇴출 정책을 앞당기면서도 전기차 가격 부담 완화가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은 이 시장을 겨냥한 나트륨 배터리 포트폴리오를 마련하지 못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부에서 연구 개발은 해오고 있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사용처가 제한적일 것으로 생각된다"며 "상용화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한국의 기회, 소재 특화+ESS 실증
전문가들은 한국이 중국을 정면 추격하기보다 차별화된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강점을 지닌 양극재·전해질 분야에서 소재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나트륨 배터리는 아직 기술 성숙도가 낮은 만큼, 소재 분야에서의 선제적 우위 확보가 전체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실증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차보다 상용화 속도가 빠른 ESS 분야는 나트륨 배터리의 경제성과 안정성을 시험할 수 있는 최적의 무대이자, 시장 진입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협력 강화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미국·유럽 기업들과의 기술 제휴 및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이 장기적인 경쟁력 유지의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관건은 경제성·공급망 안정성·환경성을 챙겨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 관계자는 "중국의 질주 속에 한국이 늦었지만 방향만 제대로 잡는다면 소재 기술력과 응용 전략으로 충분히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