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배터리 기업 줄줄이 파산
중국 기업과 치열한 경쟁 전망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배터리 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투자 계획 재검토를 하면서 공장 설립이 중단되고 재무 불안으로 파산보호 신청까지 확산되고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그동안 유럽 내 쌓아왔던 영향력을 통해 저가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 배터리 기업과 경쟁할 전망이다.
14일 외신에 따르면 독일 커스텀셀즈는 지난달 말 독일 법원에 주요 법인에 대한 파산 절차를 신청했다. 주요 고객사인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 기업 릴리움의 파산 여파로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몰린 것이 원인이다.

스웨덴의 배터리 스타트업 노스볼트는 지난해 11월 파산 보호를 신청했고 결국 지난 3월 파산신청을 했다.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과 전방 수요 둔화, 고객사 이탈, 수율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다.
영국의 브리티시볼트는 2023년 파산 후 재매각됐다. 이후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하며 지난해 청산 수순을 밟았다.
유럽 뿐만이 아니다. 일본 배터리 기업 파나소닉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파나소닉은 2026년 3월로 끝나는 회계연도에 약 1만개의 일자리를 줄이고 영업 및 백오피스를 통합하며 실적이 저조한 사업을 축소하거나 폐기하고 일본 내 그룹사 직원들에게 조기 퇴직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시기에 중국 기업들은 유럽 시장에서 저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CATL, EVE에너지, CALB 등은 유럽 현지 생산기지를 확대하고 있다.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에서 선두주자인 만큼 노하우와 가격 경쟁력을 통해 중저가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유럽 시장에서 수요 확보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인터배터리 유럽 2025'에서 LFP 기반 전력망용 ESS 신제품과 주택용 ESS 제품 'JF1R' 등을 선보였다. 삼성SDI는 고출력 무정전전원장치(UPS) 'U8A1'과 5.26MWh 통합형 ESS 'SBB 1.5' 등 전략 제품을 공개하며 데이터센터, 전력망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유럽의 고객사들도 배터리 생태계가 변화하면서 양산 경험과 규제 대응 역량을 갖춘 기업을 우선시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국내 기업들은 탄소인증 대응 경험, EU의 배터리 여권 제도 등에 있어 앞서고 있다는 평가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을 비교하면 국내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에 밀리고 있는 형편이다.
에너지전문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은 58.5%를 기록하며 2.5%p(포인트) 늘렸다. 그 중 CATL은 38.3%, BYD는 16.7%로 집계됐다.
반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점유율은 전년 대비 4.6%p 하락한 18.7%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각각 2.2%p, SK온이 0.1% 포인트 감소했다.
국내 기업들의 점유율 하락의 원인으로 독일 완성차 3사(폭스바겐·BMW·메르세데스-벤츠)의 공급 축소가 꼽힌다. 독일 3사의 국산 배터리 탑재 비중은 지난 1월 41.5%에서 3월 38.6%로 떨어졌다. 최근에는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유럽 OEM 물량을 확보하면서 경쟁 구도가 심화되고 있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유럽은 탄소배출 규제 강화와 함께 전기차 산업 육성 플랜을 발표하며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중국 기업들이 유럽 현지에 투자를 활발히 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은 기술 경쟁력, ESG 대응 역량 등 선제적 대응 전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