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업 버팀목으로 불리는 외국인 노동자···사회보장 사각지대에 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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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에프엔 = 정윤호 기자 |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국민연금을 납부하고도 환급받지 못하거나 산업재해 보상을 신청해도 인정받기 어려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농촌과 제조업 현장에서 필수 인력으로 자리 잡았지만 정작 사회보장제도에서는 배제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8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내 지역 농협이 고용한 공공형 계절 근로자 수십 명은 매달 210만원가량의 급여를 받고 약 20만원의 국민연금을 납부한다. 근로자와 고용주가 절반씩 부담하지만 체류 기간이 최장 8개월에 불과해 연금 수급 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 이들이 주로 속한 국적은 사회보장협정을 맺지 않은 나라들이어서 반환 일시금조차 받을 수 없고 결국 수억원대가 국민연금기금으로 귀속된다.

국민연금은 10년 이상 납부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고 반환 일시금은 협정 체결국 근로자만 대상이 된다. 현재 49개국이 해당되지만 한국에서 많이 일하는 ▲중국 ▲베트남 ▲라오스 ▲몽골 등은 제외돼 있다. 지난해 외국인 국민연금 가입자는 45만명 이상으로 4년 전보다 48% 늘었지만 반환 일시금을 수령한 비율은 9% 수준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제조업 현장에서 일하는 개발도상국 출신 노동자들은 산업재해 보상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한 노동자는 금속 분진이 가득한 작업장에서 일하다 폐 질환을 얻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업무 관련성이 낮다며 산재 신청을 불승인했다. 또 다른 노동자는 기계 사고로 골절을 당했음에도 사업주가 산재 신청을 막기 위해 협박해 결국 외부 도움을 받아서야 보상을 신청할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경기도외국인인권센터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 75%가 직장에서 폭언이나 협박을 경험했고 59%는 인격 모욕을 당했다고 답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서도 제조업 분야 외국인 노동자의 산업재해 사고자는 2023년 3217명에서 2024년 3495명으로 늘었다. 같은 해 외국인 산재 신청 건수는 1만161건으로 전년보다 증가했지만 승인율은 오히려 하락해 94.2%에 머물렀다.

한편, 전문가들은 외국인 노동자가 사회보장제도의 구조적 약점 속에서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내국인조차 산재 은폐율이 높은데 외국인은 언어 장벽과 차별로 더 불리하다”며 “노동력 제공자에 머물지 않고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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