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단속에 한국 기업 불안 고조···조지아 투자 차질 불가피

| 스마트에프엔 = 정윤호 기자 |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 배터리 공장에서 벌어진 대규모 이민 단속으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이 구금된 가운데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추방’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해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충격과 배신감이 커지고 있으며 미국의 투자 환경에 대한 불안도 증폭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영국 런던에서 열린 ‘파이브 아이즈’ 장관 회의에서 “조지아에서 구금된 개인들은 법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며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 정부가 구금 근로자 석방과 자진 출국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나온 발언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자진 출국과 달리 추방은 기록이 남아 사실상 재입국이 어려워진다. 놈 장관은 일부 구금자가 비자 초과 체류뿐 아니라 범죄 행위에도 연루돼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4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은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을 급습해 총 475명을 체포했다. 이 중 한국인 근로자가 300명 이상 포함됐다. ICE는 다수의 체포자가 관광·출장 비자를 소지한 채 불법 근로를 했다고 밝혔다. 공개된 영상에는 일부 근로자들이 손과 발 허리에 사슬이 채워진 모습이 담겼다.
이번 단속은 단일 현장에서 최대 규모였다. 특히 한국이 수백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를 약속한 직후였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열린 지 불과 며칠 만에 벌어졌다.
AP통신은 “한국 사회에 배신감이 확산됐고 미국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내 투자 환경 불안이 커졌다”며 “현대차 배터리 공장 가동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대신증권 역시 내년 초로 예정된 생산 계획 차질을 경고했다.
국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반감이 뚜렷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고 미국 내 한국인 커뮤니티에서는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한국은 미국에 3500억달러 투자를 약속했지만 이번 조치로 혼란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압박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미국의 국가 이익에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놈 장관은 “이번 조치는 기업들이 미국에 들어올 때 어떤 규칙이 적용되는지 명확히 알 수 있는 기회”라며 “해외 기업이 미국 경제를 돕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환영하지만 합법적 근로자 고용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사건이 미국 내 해외 투자를 위축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한국 내 불신과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