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급증과 가격 폭락에 파산 우려
트럼프 행정부 긴급 지원책 내놔

대두를 살펴보고 있는 농부.                          /사진=연합뉴스
대두를 살펴보고 있는 농부.                          /사진=연합뉴스

| 스마트에프엔 = 정윤호 기자 | 중국이 희토류에 이어 대두를 무기화하며 미국 압박에 나섰다. 오랜 기간 미국산 대두의 최대 수입국이었던 중국은 무역갈등 이후 브라질로 눈을 돌리며 수입처를 전환했고, 미국 농가에서는 팔리지 못한 대두가 쌓이면서 파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28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1일 시작된 2025~2026 마케팅 연도 이후 미국산 대두의 중국행 계약은 한 건도 체결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 650만톤이 선적 예약돼 있던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브라질은 올해 1~8월 동안 6600만톤의 대두를 중국에 공급했다. 이는 브라질 전체 대두 수출량의 75%로 역대 최대 규모다. 그 결과 미국 농가의 재고는 가을 수확기와 맞물려 급증했고 비료 등 농자재 가격은 관세 여파로 치솟은 반면 대두 가격은 급락했다. FT는 "대두 부산물이 사료, 바이오연료, 공업 원재료 등으로 활용되는 만큼 수출 붕괴가 농가 재정난으로 직결된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미네소타주 대두협회 회장 다린 존슨은 “설령 미중 협상이 타결된다 해도 이번 수확에는 늦었다”며 “미국 농가는 ‘대두 홍수’에 직면해 있으며 피해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농가 파산 건수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긴급 지원을 약속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우리가 거둔 관세 수익 일부를 농민들에게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며 미 농무부도 보조금 프로그램과 바이오연료 혼합 비율 상향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미국대두협회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콧 거틀은 “보조금은 단기적 효과에 그칠 뿐 브라질 등 경쟁국 확장으로 인한 영구적 시장 상실을 되돌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황이 트럼프 1기 무역전쟁 당시와 유사하다고 평가한다. 당시 미국은 230억달러를 농민 구제에 투입했지만 브라질에 빼앗긴 20% 시장 점유율을 지금까지 회복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구조적 손실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가 나온다.

한편, 정치적 파장도 예상된다. 미국 대두 농가는 중서부 ‘팜벨트’ 지역의 핵심 유권자로 내년 선거 결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존슨 회장은 “우리는 자유무역을 원한다. 하지만 상황이 너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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