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한류 성과를 잠식하는 보이지 않는 누수”
"피해액 4조~5조원 규모···국가적 문제로 확대"

게임 불법 사설 서버로 누적된 피해가 4~5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미지=구글 제미나이 생성
게임 불법 사설 서버로 누적된 피해가 4~5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미지=구글 제미나이 생성

| 스마트에프엔 = 양대규 기자 | “20년 한류 성과를 잠식하는 보이지 않는 누수”

시진국 화우 경영담당 변호사는 '게임 불법 사설 서버'에 대해 이같이 표현했다.

시진국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삼성동 화우연수원에서 열린 ‘게임 불법 사설 서버에 대한 법적·정책적 대응’ 세미나에 참가해 “지난 20여 년간 한국 게임 산업은 문화 한류의 선봉에 서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불법 사설 서버라는 고질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며 “이는 콘텐츠 산업 전체의 댐에 균열이 생긴 것과 같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도 이 누수가 방치된다면 한국 게임 산업은 지속적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는 엔씨소프트, 넥슨코리아, 넷마블 등 주요 게임사가 대거 참석한 가운데, 학계와 업계,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불법 사설 서버가 한국 게임산업에 미치는 피해와 대응 방안을 두고 심도 깊은 논의를 이어갔다.

이상진 고려대 디지털포렌식연구센터장은 축사에서 “사설 서버 문제는 단순한 저작권 분쟁이 아니라, K-콘텐츠 산업의 기술 기반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누수 현상”이라며 “특히 서버 운영의 핵심 수익원이 되는 광고·계좌 체계를 차단하지 않고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설 서버 피해, 현재 4조~5조원 규모"

첫 번째 세션을 맡은 김휘강 고려대 교수(AI SPERA 공동창업자)는 “불법 사설 서버는 더 이상 과거처럼 소스코드를 훔쳐 단순히 개작하는 수준이 아니다. 역공학 기술 발달로 클라이언트는 정품을 쓰되, 네트워크 패킷만 에뮬레이션해 운영된다”며 그 교묘함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저작권보호원의 조사에 따르면 유저 중 약 15.6%가 사설 서버 이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정 장르의 경우 더 높을 수 있다”며 “실제 연구에서는 2017년 기준 연간 약 2조4000억원대 피해가 추정됐는데, 현재는 4조~5조원으로 확대됐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사설 서버 접속기는 백신에서 악성코드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유저들은 개인정보 탈취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라며 “SNS, 유튜브 광고 등을 통한 은밀한 확산 때문에 실시간 탐지가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

30일 삼성동 화우연수원에서 열린 ‘게임 불법 사설 서버에 대한 법적·정책적 대응’ 세미나 /사진=양대규 기자
30일 삼성동 화우연수원에서 열린 ‘게임 불법 사설 서버에 대한 법적·정책적 대응’ 세미나 /사진=양대규 기자

두 번째 발표자인 장준원 화우 전문위원(前 경찰청 사이버수사팀장)은 사설 서버 대응의 법적 쟁점을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는 몇몇 개인이 취미 삼아 운영하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조직화·국제화·산업화됐다. 클라우드 가상 서버를 이용해 차단 즉시 복제 서버를 가동하고, CDN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동시 접속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장 위원은 “범죄 조직은 가상자산 세탁, VPN 다중 접속, 해외 내전 지역 인력을 활용하는 등 수법을 고도화했다. 사실상 게임 불법 서버 조직은 하나의 사업체처럼 움직이고 있다”며 “하지만 경찰청 사이버수사국 폐지 이후 전문성 있는 전담 대응이 약화된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현장에서는 장기간 집중 수사와 인센티브 강화 없이는 실질적 성과를 내기 어렵다. 수사관들은 ‘에너지와 예산, 특진이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이 사건을 맡겠느냐’고 토로한다”며 제도적 뒷받침의 절실함을 전했다.

장준원 위원은 발표에서 “지금의 저작권 침해 형량은 과거 ‘세운상가 비디오 복제’ 수준에 멈춰 있다. 오늘날과 같은 지능형 범죄에는 턱없이 낮다”며 “저작권 침해죄를 특정경제범죄로 편입해 형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피해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미온적 대응을 해서는 안 된다. AI 기반 트래픽 분석으로 접속자 수, 피해 규모를 계량화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공격적 보안(offensive security) 접근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는 실제로 불법 서버를 직접 장악·폐쇄하는 사례도 있다”고 강조했다.

"사설 서버 문제는 특정 산업군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과제”

세 번째 세션을 맡은 설지혜 화우 변호사는 양형기준 강화와 이용자 처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적용 가능성 등을 제시하며 “사설 서버 대응은 단순한 법 집행 차원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 보호를 위한 정책 과제”라고 역설했다.

토론에 참여한 백지연 국회 입법조사관은 “대규모 침해 사안은 이용자 처벌까지 포함해 선제적 정책이 필요하다"며 "법정손해배상제도 활용 등도 적극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좌현 한국저작권보호원 본부장도 “해외에서의 침해가 급증하는 만큼, 저작권 보호지원 체계를 국제적 환경에 맞게 재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세미나는 단순히 법률 논의를 넘어, 불법 사설 서버가 한국 게임 산업뿐 아니라 K-콘텐츠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집약적으로 보여줬다.

시진국 변호사는 “사설 서버 문제는 더 이상 특정 산업군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과제”라고 경고했다. 김휘강 교수가 지적한 “연간 수조 원대 피해”는 곧 콘텐츠 경쟁력의 붕괴로 이어지고, 장준원 위원이 경고했듯 전문적 대응 체계 부재는 범죄 조직의 산업화를 방치한다.

전문가들은 해결책에 대해 법적 형량 강화, AI 기반 실시간 탐지, 국제 공조, 그리고 정부·기업·학계의 총체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상진 교수가 말했듯 “광고·계좌라는 수익원 차단”도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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