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삼성·현대차 총수, 한국서 손 맞잡아
HBM 협력·AI 동맹 강화 신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참석차 방한한 젠슨 황(오른쪽) 엔비디아 CEO가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치킨집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참석차 방한한 젠슨 황(오른쪽) 엔비디아 CEO가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치킨집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스마트에프엔 = 정윤호 기자 | 15년 만에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서울 강남의 치킨집에서 ‘치맥 회동’을 가졌다. AI와 반도체 자율주행 등 미래산업을 주도하는 세 리더의 만남은 단순한 친목을 넘어 글로벌 기술 협력의 상징으로 주목받았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30분 세 사람은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마주 앉았다. 검정 가죽 재킷을 입은 황 CEO는 “깐부는 친구와 함께 치킨과 맥주를 즐기기에 딱 좋은 곳”이라며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이 회장은 상아색 상의와 흰 바지 차림으로 정 회장은 후드티에 패딩 조끼를 입고 등장했다. 현장은 이들을 보기 위해 몰린 시민과 취재진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황 CEO는 회동 전 “내일 경주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며 엔비디아는 한국과 여러 협력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회동 도중 매장 밖으로 나와 김밥과 바나나우유 치킨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팬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서 단상에 올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서 단상에 올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테이블에는 치즈볼과 치즈스틱, 순살과 뼈치킨 한 마리씩이 올랐고 세 사람은 맥주잔을 부딪치며 ‘러브샷’을 했다. 손님이 건넨 폭탄주를 함께 마시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황 CEO는 일본 위스키 하쿠슈25년산과 엔비디아의 개인용 AI 슈퍼컴퓨터 ‘DGX 스파크’를 선물하며 “우리의 파트너십과 세계의 미래를 위해”라는 문구를 남겼다.

이 회장은 매장 내 손님들의 식사비까지 계산하며 ‘골든벨’을 울렸다. 황 CEO는 “이 친구들이 오늘 저녁을 다 샀다”며 웃었고 정 회장은 “2차는 제가 사겠다”고 화답했다. 이 회장은 “관세도 타결되고 좋은 사람들과 한잔하는 게 행복”이라며 자리의 의미를 전했다.

이번 회동은 삼성전자와 엔비디아 간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공급 협력, 현대차와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및 로보틱스 협업 논의를 위한 실질적 계기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이미 HBM4 성능 평가를 진행 중이며, 현대차 역시 엔비디아의 AI 플랫폼을 자율주행차에 적용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서 단상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서 단상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치맥 회동을 마친 세 사람은 한 차량에 동승해 서울 코엑스로 이동했다. 코엑스 K-POP 광장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 25주년 행사 무대에 함께 오르며 현장 열기를 더했다. 당초 황 CEO 단독 참석으로 예정됐던 행사였으나 이 회장과 정 회장의 깜짝 합류로 관객의 환호가 쏟아졌다.

무대에 오른 황 CEO는 고(故) 이건희 선대 삼성 회장에게 받은 1996년 편지를 언급했다. 그는 “한국에서 처음 받은 편지였다. 초고속 인터넷과 비디오게임 올림픽을 만들고 싶다는 비전이 담겨 있었다. 그 편지 덕분에 한국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이 회장은 “그 편지는 제 아버지가 보낸 것이다. 그때부터 삼성과 엔비디아의 협력이 시작됐고 젠슨과의 우정도 이어졌다”고 답했다.

정 회장은 “어릴 때부터 아케이드 게임을 즐겼고 제 아이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좋아한다. 그 안에도 엔비디아 GPU가 들어 있을 것”이라며 “게임 산업과 엔비디아는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왜 이렇게 아이폰이 많느냐”며 농담을 던져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황 CEO는 “지포스가 없었다면 PC게임과 E스포츠, 그리고 지금의 엔비디아도 없었을 것이다. 한국의 PC방 문화가 엔비디아를 성장시켰다”며 “AI는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산업이 될 것이며 로보틱스와 관련된 좋은 소식이 곧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K팝 K드라마 K뷰티 K스타일 그리고 K지포스”라며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한편, 코엑스 광장을 가득 메운 500여 명의 관객은 형광 초록색 야광 팔찌를 흔들며 세 사람을 환영했다. 황 CEO는 “한국과 함께 성장했다”며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고 다시 한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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