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한 통의 편지로 시작된 인연
'AI 깐부'라는 이름의 우정
기술보다 사람, AI보다 관계
| 스마트에프엔 = 이장혁 기자 | 30일 서울 강남. 10월의 저녁은 조금 서늘했다. 깐부치킨 앞엔 스마트폰 불빛이 반짝였다. 그 불빛이 향한 곳엔 세계 산업지도를 바꾸는 세 남자가 있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삼성의 이재용, 현대차의 정의선.
세 사람은 잠시 회의실을 떠나, 치킨과 맥주가 있는 세상으로 내려왔다. 이날, 그들은 AI를 말하지 않았다. 그 대신 웃었고, 치킨을 나눴으며, 시민들과 함께 소맥을 들었다.

젠슨 황은 트레이드마크인 검은 가죽 재킷을 입은 채 환하게 웃었다.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날입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소주잔을 들었다. 옆자리의 이재용과 정의선이 함께 웃었다. 세 사람의 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테이블 위엔 치킨, 치즈볼, 그리고 '테라'와 '참이슬'.
그 순간, 거대한 기업들의 이름도, 시가총액의 숫자도 잠시 사라졌다. 남은 것은 사람 대 사람의 온기뿐이었다.
셋이 치킨 먹는 건 처음이에요
이재용은 시민들과 함께 만든 폭탄주를 마셨다. 정의선은 "난 자주 먹는데"라며 웃었고, 황은 "So good!"을 외치며 잔을 비웠다. 서로의 어깨를 치고 웃는 그들의 모습은, 국가와 산업의 리더라기보다 오래된 친구들이었다.
젠슨 황이 말했다.
"깐부라는 뜻을 알아요. 친구, 파트너. 오늘은 그 말이 딱 맞는 날이네요."

그 말에 이재용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렇게 답했다.
"행복이 별거 있나요. 좋은 사람들과 한잔하는 거죠."
그의 말은 평소의 언어가 아니었다. 늘 냉철하고 계산적인 리더의 말에서, 오랜 시간 묻혀 있던 인간적인 진심이 흘러나왔다.
1996년, 한 통의 편지로 시작된 인연
이들의 인연은 30년 가까이 거슬러 올라간다. 1996년, 젠슨 황은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보낸 사람은 삼성 이건희 회장이었다.
그 편지엔 세 가지 비전이 담겨 있었다. 한국을 초고속 인터넷으로 연결하고, 비디오게임으로 세상을 바꾸며, 게임의 올림픽을 만들겠다는 꿈.
황은 그 편지를 읽고 한국을 찾았다. 그가 처음 한국을 찾은 이유, 그리고 엔비디아가 삼성의 D램으로 '지포스'를 만든 이유, 모두 그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됐다.
"그 편지로 인해 한국에 오게 됐습니다."
그의 말에 이재용은 미소를 지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이 제 아버지예요. 그때부터 우리의 우정이 시작됐죠."
'AI 깐부'라는 이름의 우정
그날 밤 9시, 세 사람은 코엑스 무대 위로 올라섰다. '지포스 25주년' 기념 행사장. 젠슨 황은 이재용과 정의선을 "베스트 프렌드"라 불렀고 이재용은 젠슨 황을 "최고의 발명가이자 따뜻한 친구"라 소개했다. 정의선은 "게임을 통해 자라온 우리 세대는 엔비디아와 함께 성장했다"고 말했다.

무대 위 세 사람의 웃음은 진심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안았고 관객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이재용은 "왜 이렇게 아이폰이 많아요?"라며 농담을 던졌고 젠슨 황은 "AI의 미래는 한국에 달려 있다"고 화답했다.
그날 밤, 세 사람은 'AI 동맹'이 아니라 '깐부'라는 인간적 신뢰를 확인했다. 서로를 이해하고, 기술보다 사람을 먼저 본 순간이었다.
기술보다 사람, AI보다 관계
젠슨 황은 세계 AI 산업의 상징이지만 그가 한국에서 보여준 것은 기술이 아니라 감정이었다. 그는 시민에게 치킨을 나눠줬고 어린이의 티셔츠에 사인을 남겼다.
그리고 말했다.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에요."

이재용은 식당을 떠나며 이렇게 덧붙였다.
"좋은 날이잖아요. 행복이란 게 별거 없어요. 좋은 사람들끼리 맛있는 거 먹고, 한잔하는 거."
AI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시대, 그들이 보여준 것은 그 반대였다. 기술은 냉철했지만, 관계는 따뜻했다. 그리고 그 온기가, AI 시대의 진짜 혁신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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