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엔비디아 GPU 5만개 도입···'AI 반도체 동맹' 강화

| 스마트에프엔 = 양대규 기자 |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손잡고 '반도체 AI 팩토리(Semiconductor AI Factory)' 구축을 통해 AI 기반의 지능형 제조 혁신에 나선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협력은 25년간 이어져온 양사의 기술 파트너십이 한 단계 진화한 결과다. 반도체 개발·양산·품질관리 전 과정에 AI를 접목한 업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구현한다는 목표다.

5만개 엔비디아 GPU로 ‘AI 제조 두뇌’ 구축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향후 수년간 5만개 이상의 엔비디아 GPU를 도입해 AI 팩토리 인프라를 확충하고, 엔비디아의 ‘옴니버스(Omniverse)’ 기반 디지털 트윈 제조 환경을 가속화한다.

AI 팩토리는 반도체 설계부터 공정, 장비 운영, 품질 관리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해 스스로 판단·제어하는 지능형 제조 플랫폼이다.

이를 통해 차세대 반도체의 개발과 양산 주기를 단축하고, 제조 효율과 품질 경쟁력을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AI 팩토리 구축과 더불어 엔비디아에 ▲HBM3E ▲HBM4 ▲GDDR7 ▲SOCAMM2 등 차세대 메모리와 파운드리 서비스를 공급한다.

특히 HBM4는 1c(10나노급 6세대) D램에 4나노 로직 공정을 결합해, 기존 표준(8Gbps)을 뛰어넘는 11Gbps 이상의 대역폭을 구현했다.

초고대역폭과 저전력 특성을 바탕으로 엔비디아의 AI 플랫폼 성능 향상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이미 글로벌 고객사 전반에 HBM3E를 공급 중이며, HBM4 샘플도 전 고객사에 출하를 완료했다.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HBM4 생산 설비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업계 최초로 개발한 GDDR7 그래픽 D램과 차세대 저전력 메모리 모듈 SOCAMM2 공급 협의도 진행 중이다.

일부 공정 엔비디아 AI 플랫폼 도입해 생산성 증대

삼성전자는 이미 일부 공정 단계에서 엔비디아의 AI 플랫폼을 활용해 생산 효율을 높이고 있다.

엔비디아의 ▲쿠리소(CuLitho) ▲쿠다-X(CUDA-X) 기술을 도입해 미세공정 회로 왜곡을 AI가 실시간 예측·보정함으로써, 공정 시뮬레이션 속도를 20배 향상시켰다.

또한, ‘옴니버스’ 기반 디지털 트윈 시스템을 구축해 설비 이상 감지, 고장 예측, 생산 일정 최적화를 가상 공간에서 시뮬레이션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AI 팩토리 구축 노하우를 한국뿐 아니라 미국 테일러 등 해외 생산거점으로 확장해 글로벌 공급망의 지능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AI 팩토리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국가 제조 산업의 질적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도 맡는다.

삼성전자는 팹리스, 장비, 소재, EDA 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해 AI 제조 표준을 선도하고, AI 팩토리를 중소 협력사의 역량 강화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아울러 AI·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중소 제조업체의 지능형 공장 전환을 지원하는 ‘스마트공장 3.0’ 사업도 추진 중이다.

AI 모델·휴머노이드 로봇·AI RAN 등 차세대 기술도 협력

양사는 AI 모델, 휴머노이드 로봇, 지능형 기지국(AI-RAN) 등 차세대 기술에서도 협력을 강화한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GPU 기반 메가트론(Megatron) 프레임워크로 자사 AI 모델을 개발해 실시간 번역, 다국어 대화, 요약 등에서 성능을 높였으며, 엔비디아 ‘RTX PRO 6000 블랙웰 서버 에디션’ 플랫폼을 활용해 지능형 로봇 상용화도 추진 중이다.

또한 엔비디아의 ‘젯슨 토르(Jetson Thor)’ 플랫폼을 이용해 로봇의 추론, 작업 수행, 안전 제어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엔비디아와 함께 차세대 지능형 기지국(AI-RAN) 기술 검증에 성공한 데 이어, 이번 협약으로 로봇·드론 등 피지컬 AI 산업의 실시간 데이터 연산과 통신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00년대 초부터 엔비디아 그래픽카드용 D램 공급을 시작으로 파운드리, 메모리 등 전 방위적 협력을 이어왔다.

이번 반도체 AI 팩토리 프로젝트는 25년간의 협력이 ‘AI 반도체 동맹’으로 발전한 상징적 사례로, 글로벌 제조 패러다임 전환의 기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