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영업익 7조원 79%↑···SK하이닉스, 영업익 10조원 돌파
삼성전자, IDM기업으로 '파운드리+메모리' 통합 생산 강점
SK하이닉스, HBM 집중으로 D램 시장 리더십 확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분기 반도체 시장의 패권을 잡기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미지=구글 제미나이 생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분기 반도체 시장의 패권을 잡기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미지=구글 제미나이 생성

| 스마트에프엔 = 양대규 기자 | 2025년 3분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주인공은 단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AI(인공지능)가 촉발한 메모리 슈퍼사이클 속에서 두 회사는 나란히 사상 최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AI 시대의 승자’임을 입증했다. 한쪽은 규모와 기술 통합의 힘으로, 다른 한쪽은 집중과 전문화의 정교함으로 반도체 시장의 중심을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 영업익 7조로 79%↑···SK하이닉스, 영업익 10조원 돌파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3분기 매출 33조1000억원, 영업이익 7조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3%, 영업이익은 79% 증가했다. 특히 직전 분기(4000억원) 대비 16배가 넘는 이익 반등으로, 불황기의 긴 터널을 벗어났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도 3분기 매출 24조4500억원, 영업이익 11조3800억원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첫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률은 46.5%로, 21.1%인 삼성전자 DS를 크게 앞질렀다.

표면적으로 보면 SK하이닉스의 수익성이 압도적이지만, 두 회사의 사업 구조가 다르다는 점에서 단순 비교는 어렵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위탁생산)와 시스템 반도체를 모두 포함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IDM)’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메모리에 집중하는 ‘순수 플레이어’로, 고수익 제품 위주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이익률을 극대화하고 있다.

삼성은 폭넓은 사업 포트폴리오로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SK하이닉스는 특정 시장에서의 압도적 전문성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2025년 3분기 실적/자료=삼성전자 IR
삼성전자 2025년 3분기 실적/자료=삼성전자 IR

삼성전자, IDM기업으로 '파운드리+메모리' 통합 생산 강점

삼성전자 DS 부문 실적 개선의 핵심은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DDR5 중심의 고부가 제품 확산이다.

삼성은 HBM3E 양산 수율을 안정화하며 AMD 등 주요 AI 고객사로 공급을 확대했고, AI 서버 수요에 힘입어 고성능 SSD와 범용 D램 매출도 함께 늘었다. 또한 직전 분기 발생한 재고 관련 손실이 사라지며 이익률 개선을 견인했다.

파운드리 부문 역시 첨단 공정 중심으로 분기 최대 수주를 달성했고, 시스템 LSI는 다소 정체됐지만 차세대 제품군 확장 기반을 다졌다.

무엇보다 삼성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 HBM4 세대 경쟁의 포문을 열었다. 삼성전자 측은 "HBM3E는 전 고객 대상으로 양산 판매 중이고, HBM4도 샘플을 요청한 모든 고객사에게 샘플을 출하했다"고 밝혔다.

삼성의 강점은 자사 파운드리에서 HBM의 핵심 부품인 베이스 다이(Base Die)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메모리+파운드리’ 통합 역량이다. 이 구조는 외부 파운드리에 의존하는 경쟁사보다 기술 최적화와 원가 절감, 공급 안정성 면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

삼성은 올해 DS 부문에만 40조9000억 원을 투자하며, AI 시대 반도체 주도권 재탈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K하이닉스의 HBM3E 모형 /사진=양대규 기자SK하이닉스의 HBM3E 모형 /사진=양대규 기자
K하이닉스의 HBM3E 모형 /사진=양대규 기자SK하이닉스의 HBM3E 모형 /사진=양대규 기자

SK하이닉스, HBM 집중으로 D램 시장 리더십 확보

SK하이닉스의 성과는 HBM 시장 선점의 결실이다. 현재 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시장의 58%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최초로 12단 HBM3E를 양산해 엔비디아 등 AI 가속기 기업에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HBM 제품은 2023년 이후 ‘완판 행진’을 이어가며, 이미 2026년 물량 계약까지 마친 상태다. HBM의 초과 수요는 하이닉스에 강력한 가격 결정력을 부여했고, 그 결과 영업이익률 46%라는 이례적인 수익성을 만들어냈다.

SK하이닉스 김우현 부사장은 컨퍼런스 콜에서 "당사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HBM은 주요 고객들과 내년 공급에 대한 협의를 모두 완료했다"며 "지난 9월에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체제를 구축한 HBM4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모든 성능을 충족하는 동시에 업계 최고 스피드를 지원하게 될 것이며, 당사가 자랑하는 HBM 양산성을 기반으로 올해 4분기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본격적인 판매 확대를 통해 HBM 시장의 리더십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의 HBM 강세는 D램 전체 시장에도 긍정적인 ‘후광 효과’를 낳고 있다. AI 서버 고객사들이 HBM과 함께 고용량 DDR5 모듈을 동시에 주문하면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의 D램 매출을 추월했다.

‘HBM을 잡은 자가 D램 시장도 잡는다’는 말이 현실화된 셈이다. 이는 삼성전자의 대규모 생산능력과 SK하이닉스의 프리미엄 제품 전략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맞붙고 있음을 보여준다.

SK하이닉스 3분기 제품별 실적/자료=SK하이닉스 IR
SK하이닉스 3분기 제품별 실적/자료=SK하이닉스 IR

두 회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AI 반도체 시대를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거대한 규모의 투자와 IDM 통합 모델로 ‘폭발적인 확장력’을 앞세우고, SK하이닉스는 빠른 의사결정과 기술 집중을 무기로 ‘정밀한 실행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결국 한쪽은 ‘넓게 잘하는 기업’, 다른 한쪽은 ‘깊게 잘하는 기업’인 셈이다.

향후 18~24개월은 차세대 HBM4 시장 주도권이 양사의 새로운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삼성은 2나노 GAA 공정 기반의 HBM4 베이스 다이를 통해 성능과 효율을 끌어올릴 계획이고, SK하이닉스는 TSMC 등 파운드리 파트너와의 협력을 강화해 초기 양산 수율을 안정시키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낸드플래시와 범용 D램 시장에서도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두 회사의 3분기 D램 매출 격차는 불과 1% 수준까지 좁혀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AI 슈퍼사이클의 가장 큰 수혜자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는 통합 기술력과 생산 효율로, SK하이닉스는 기술 리더십과 고객 밀착형 전략으로 각자의 방식으로 시장을 이끌고 있다. 이번 3분기 실적은 ‘누가 더 잘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길에서 동시에 최고를 찍은 결과’로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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