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보상···조직 정비와 세대교체도
실적은 살아났다···이재용의 시간은 지금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 스마트에프엔 = 이장혁 기자 | "이제 일 열심히 해야죠."

이재용 삼성 회장이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한때 사법 리스크에 묶였던 발걸음은 이제 전방위로 뻗는다. 글로벌 경영, 내부 혁신, 책임의 리더십까지. 10일 제계에 따르면 삼성은 지금 이재용 체제의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섰다. 리더십 회복은 이미 끝났고 이제 확장이다.

족쇄는 풀렸다···반도체 넘어 모빌리티로

대법원 무죄 판결은 이 회장의 '10년 그늘'을 걷어냈다. 곧바로 현장에 복귀해 미국, 유럽, 아시아를 오가며 테슬라·애플·엔비디아 등과 연쇄 회동을 가졌고 초대형 계약을 이끌어냈다. 23조원 규모 파운드리 공급 계약, 이미지 센서 공급 확대, 자율주행 AI 협력까지 이어진 성과가 그 증거다.

이 회장은 과거의 '지시형 리더'가 아니다. 기민한 대응, 열린 회동, 비공식 대화 등 기술·산업 변화의 리듬에 맞춰 유연한 리더십을 펼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서울 삼성동 한 치킨집에서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 중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서울 삼성동 한 치킨집에서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 중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방미 중 테슬라의 AI칩 계약이 알려졌고 곧이어 애플과의 첨단 센서 협업이 가시화됐다. 엔비디아 젠슨 황, 현대차 정의선과의 '깐부회동'은 반도체와 자율주행의 연결 고리를 강화했고 11월 벤츠 회장과의 만남에선 전기차 부품 협력이 논의될 전망이다.

이 회장은 삼성의 핵심 경쟁력을 IT에서 모빌리티까지 확장시키려 하고 있다. 고객 다변화 차원을 넘어 글로벌 기술 전쟁에서 삼성이 미래 핵심 공급망이 되겠다는 신호에 가깝다.

달라진 보상···조직 정비와 세대교체도

내부도 놓치지 않았다. "성과 없이 보상 없다"면서도 "성과엔 확실히 보상하겠다"는 단호함을 보였다. 말은 제도로 구현됐다. 성과연동형 주식보상(PSU) 제도를 만들어 3년간 주가 상승률에 따라 직원에게 자사주를 지급하기로 했다. 최대 600주까지 받을 수 있다.

리스크인 주식을 공동 이익의 연결고리로 바꾼 셈이다. 자사주 10조원 매입도 주주친화 정책이라기 보단 임직원과 주주의 이해관계를 묶어 장기 성장을 끌어내겠다는 시도다.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8년간 비상조직이었던 사업지원TF는 정식조직으로 전환됐다. 조직 안정화의 신호탄이다. 수장으로 있던 정현호 부회장은 물러나고 연말 인사에선 젊은 임원의 전진배치와 인적 쇄신이 예정돼 있다.

이 회장이 2019년 내려 놓은 등기임원 복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법적 족쇄가 사라진 지금, 이사회 내 영향력을 회복하고 책임경영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실적은 살아났다···이재용의 시간은 지금부터

삼성전자는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2025년 3분기 매출 86.1조, 영업이익은 12.2조다. 반도체 부문은 HBM 고대역폭 메모리 수요 급증에 힘입어 7조원대 영업이익을 회복했다. D램 수익성 회복과 차세대 HBM4 개발 완료로 내년부터는 '진짜 성장'이 기대된다.

이재용 회장 /사진=연합
이재용 회장 /사진=연합

시장도 움직였다. '10만전자'를 넘어섰고 시가총액도 2배 가까이 뛰었다. 실적과 시장이 동시에 반응한 지금, 이 회장은 결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이 회장의 리더십은 초격차로 상징되는 이건희 회장의 유산을 잇는다. 그러나 방법은 다르다. 강압보다 유연성, 침묵보다 경청, 독주보다 연대다. 넘버원보다 온리원 전략을 선호하고 전통 제조에서 데이터·모빌리티 중심으로 삼성의 정체성을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이 회장의 넓어진 보폭은 단기 반등이라기 보단 삼성의 장기 전환점에 가깝다. 진짜 '뉴 삼성'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는 다음 3년, 리더십의 정점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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