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주가 연동 보상제 도입, 직원과 주주 동반성장 모델 구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

| 스마트에프엔 = 이장혁 기자 | "임금을 올려주는 것보다 주식을 나누어 주는 것이 더 좋다." 포드자동차 창업주 헨리 포드의 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4일 발표한 성과연동 주식보상(PSU)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배경은 절박하다.

삼성전자가 CL 1~2(사원, 대리급) 직원에게 200주, CL 3~4(과장, 차장, 부장급) 직원에게 300주를 기준으로 PSU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10월 15일 대비 2028년 10월 13일 주가 상승률에 따라 지급량을 결정하는 구조다. 주가가 100% 이상 오르면 최대 2배까지 지급한다.

현재 주가 9만3000원대를 고려하면 100% 상승 시 목표가는 18만원대다. 이 회장이 사실상 '주가 두 배' 공약을 내건 셈이다.

'5만전자에서 18만전자까지'···이재용의 빅픽처

PSU는 단순한 인사제도가 아니다. 장기화된 주가 부진을 해결하고 592만 개인투자자의 원성을 잠재우려는 종합전략이다.

2022년 이후 '5만전자'에 머물다 개인투자자 대부분이 손실을 봤던 상황에서, 이 회장은 임직원들과 운명을 함께하는 '동반자' 카드를 꺼냈다.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임직원이 한 푼도 못 받는 구조다.

18만원 목표가는 허황된 숫자는 아니다. AI 반도체 슈퍼사이클, HBM 시장 독점, 파운드리 턴어라운드 등이 맞물리면 달성 가능한 수준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3년 안에 모든 것이 결판나야 한다.

삼성전자가 성과연동 주식보상(PSU)제도를 발표했다. /이미지=Google Gemini

'글로벌 인재전쟁' 대응책과 조직문화 대전환

PSU 도입의 다른 배경은 '인재쟁탈전'이다. 메타, 구글, 엔비디아는 천문학적 스톡옵션으로 삼성전자 핵심인력을 빼가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올해 임직원 1인당 평균 1억원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도 더 이상 '안정적 대기업'이라는 브랜드만으로는 그들을 붙잡을 수 없다는 위기를 인정한 셈이다. 실리콘밸리식 보상체계 도입은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필수조건이 된지래다.

2026년부턴 초과이익성과급(OPI) 일부도 주식으로 받을 수 있도록 확대한다. 현금 대신 주식을 선택하면 15% 추가 보상까지 제공한다. 임직원들을 '주주'로 만들어 주인의식을 심어주겠다는 전략이다.

PSU가 전 직원 대상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보통 주식보상은 임원급에 제한되는데, 삼성전자는 사원까지 포함시켰다. 조직 전체의 결속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과거 하향식(Top-down) 문화에서 임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자발적으로 성과를 내는 상향식(Bottom-up) 문화로 전환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이 회장이 그동안 강조해온 '함께 성장하는 삼성'의 구체적 실현책이기도 하다. 주가 상승의 과실을 임직원과 공유해 내부 동력을 확보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렸다.

삼성전자 /사진=연합
삼성전자 /사진=연합

성공의 성분···반도체 업황이 변수

PSU 성공 여부는 삼성전자가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느냐에 달렸다. 현재 반도체 업황, AI 반도체 경쟁력, HBM 시장점유율이 모두 변수다.

3년 후 주가 상승률이 20% 미만이면 직원들은 한 주도 받지 못한다. 반대로 100% 이상 오르면 약정의 2배를 받는다. '성과 없으면 제로, 성과 있으면 대박'인 구조다.

이 회장이 이런 '올인' 방식을 선택한 것 자체가 미래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자 동시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함으로도 읽힌다.

PSU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는 이 회장의 경영철학이 집약된 승부수다. 3년 후 이 제도의 성패가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쟁력과 '이재용 리더십' 평가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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