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민·우리 등 재채용 활기
AI 리스크·내부통제 강화 기조에 맞물려 확대

| 스마트에프엔 = 정윤호 기자 | 퇴직자의 현장 복귀가 은행권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금융당국의 내부통제 강화 기조와 비용 효율화 전략이 맞물리면서 베테랑 인력을 재고용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퇴직 인력이 다시 명찰을 달고 돌아오면서 현장 경험과 전문성이 조직의 새로운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이 2020년부터 올해 5월까지 다시 고용한 퇴직자는 5866명으로 집계됐다. 국민은행이 2053명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 1461명, 우리은행 821명, 농협은행 1084명, 하나은행 447명 순이었다. 재채용은 계약직이나 직무전담 형태로 이뤄져 인건비 부담을 줄이면서도 숙련 인력을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자금세탁방지(AML) 전담 인력을 대상으로 퇴직자 재채용 공고를, 신한은행은 퇴직연금솔루션부와 소호(SOHO)성공지원센터 등 고객 접점 부문에서 재취업 기회를 열었다.
우리은행은 지난 4월 고경력 인력을 내부통제·모니터링·여신감리 부서와 기업영업 현장에 재배치하기도 햇다. 이들은 정식 서류와 면접 절차를 거쳐 선발돼 즉시전력감으로 투입됐다.
업계 관계자는 “퇴직 인력을 본부 리스크 관리 부문에 투입해 내부통제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며 “퇴직자의 경험을 활용해 금융사기 지급정지와 피해구제, 비대면 대출 심사 등 민감한 업무를 보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권이 정년 연장 대신 재채용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유연한 인력 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4대 은행의 해고급여(희망퇴직) 지출은 최근 4년간 2조4177억원에 달했으나 재채용으로 인건비 부담을 관리해 2021년 48.9%였던 평균 영업이익경비율(CIR)이 지난해 42.4%로 낮아졌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1월부터 시행한 ‘임원별 내부통제 책임제’와 7월 금감원의 ‘은행권 내부통제 워크숍’ 역시 재채용 확대에 영향을 줬다. 금융당국은 AI 도입 환경에서의 정보유출 리스크와 내부제보 활성화 등을 강조하며 경험 많은 인력의 역할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감독 기조가 강화된 만큼 신입보다는 경험 많은 퇴직자를 리스크 관리와 감사 영역에 투입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인사 적체를 막고 청년 인재와 시니어 인력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재채용이 청년 채용 여력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후선 관리와 감사 부문에는 퇴직자를, 신사업과 디지털 부문에는 청년 인재를 투입하는 투트랙 인력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 복귀한 퇴직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 만족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