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예금금리 보다 '우위'
기준금리 동결, 이례적 현상
국민·우리·하나·신한·농협은행 등

사진=KBS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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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에프엔 = 전근홍 기자 |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저축은행과 비교해 예금금리가 역전되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기준금리 동결에도 시중은행의 수신금리가 상승하는 흐름은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과의 관세협상 후폭풍에 따른 채권금리의 가파른 상승세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특히 4분기 대규모 예금 만기 도래를 앞두고 시중은행들의 수신 경쟁이 재점화된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1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핵심 예금 상품 최고금리는 2.75%로 조사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우리은행이 전날부터 개인 고객 대상 WON플러스 정기예금(6·12개월) 금리를 기존 2.65%에서 2.75%로 올리며 가장 높은 금리를 적용해준다.

KB국민·하나은행 역시 대표 예금 상품의 금리를 2.70%로 0.0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9월 최고금리가 2.45%였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새 0.25%포인트 오른 것이다. 신한·NH농협은행의 최고금리는 2.65% 수준으로, 5대 은행 모두 최근 한 달 새 최소 0.2%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 동결에도 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3일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0%로 동결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2021년 8월부터 2023년 1월까지 기준금리를 0.5%에서 3.5%로 인상한 뒤 1년 7개월간 동결 기조를 유지했다. 이후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하며 완화 기조로 전환했다. 올해 들어서는 1월·4월 동결, 2월·5월 인하에 이어 7월·8월·10월 세 차례 연속 동결 결정을 이어갔다.

통상 기준금리가 동결되면 은행 예금·대출금리도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 기준금리는 은행 예금·대출금리 산정의 근거가 되는 시장금리의 나침반이다. 기준금리가 내리면 시장금리도 떨어지고 이는 은행 자금조달 비용 감소로 이어져 예금금리도 낮아진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그 반대다.

하지만 기준금리 동결에도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이 배경으로 꼽힌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타결됐지만 연동된 대미 투자의 불안감이 채권시장을 요동치게 했다. 채권금리가 상승하고 있는데, 예금금리 산정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도 상승세다. 실제 1년 만기 기준 예금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금융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 8월 14일(2.498%) 저점을 찍은 후 지난 7일에는 2.798%로 두 달 만에 0.3%p 상승했다.

수신경쟁도 원인이다. 시중은행들은 연말 자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유동성 확보에 나선다. 예금유치를 위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금 만기 도래와 가계·기업의 자금 수요 등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국내·외 주식시장으로 핵심 예금이 이탈하자, 수신 방어 목적도 있다.

실제 주요 5대 은행의 투자 대기성 자금 ‘요구불 예금’은 지난달 말 기준 647조 8564억 원으로 전달 대비 21조 8674억 원 감소했다. 15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요구불예금은 ‘저금리 예금’으로, 은행 입장에선 적은 비용으로 조달할 수 있는 ‘핵심 예금’이지만 대거 이탈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금리를 올리면서 저축은행 금리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며 "저축은행권의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로 악화한 건전성에 주안점을 두면서 대출을 축소하고 있고, 연장선상에서 자금 확보를 줄이면서 예금 유치에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기에 이 같은 이례적인 부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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