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잠재부실 ‘1.7조’…최대 증가폭
4대 은행, 부실 상·매각 ‘4.6조’…7년만 최대

| 스마트에프엔 = 전근홍 기자 | 4대 은행이 내준 대출에서 부실 직전 단계에 놓여 있는 액수가 올해 들어서만 1조원 이상 늘면서 8조원을 돌파했다.

이들 은행에서 이미 부실의 늪에 빠진 대출도 4조원을 넘었지만, 수면 아래 도사리고 있는 위험까지 감안하면 잠재적 리스크는 훨씬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대출의 질이 계속 악화되는 가운데, 은행권이 이를 손실로 떠안아야 하는 부담은 날이 갈수록 가중될 전망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에서 1개월 이상~3개월 미만 연체된 요주의 여신은 총 8조167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7조1139억원)에 비하면 1조537억원(14.8%) 급증한 것이다. 1년 전인 지난해 3분기(7조7178억원)과 비교해도 4498억원(5.8%) 늘었다.

요주의여신은 일반적으로 은행이 내준 대출에서 연체가 1개월을 넘었지만, 아직 3개월에는 도달하지 않은 여신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은행들은 보유 자산의 건전성을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눠 관리한다.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인 고정이하여신(NPL)에는 고정 이하 3단계인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여신이 포함된다.

고물고금리,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경제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5개월 만에 \'비관적\'으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5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8.4로 전월보다 2.3포인트(p) 하락했다. / 사진=연합뉴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경제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5개월 만에 \'비관적\'으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5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8.4로 전월보다 2.3포인트(p) 하락했다. / 사진=연합뉴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의 요주의 여신이 지난해 3분기 1조5255억원에서 올해 3분기 1조7359억원으로 2104억원(13.8%)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은 1조6183억원에서 1조7717억원으로 1534억원(9.48%) 늘었다. 우리은행은 올해 3분기 1조9310억원으로 1년새 630억원(3.37%) 늘었고, 하나은행은 2조7290억원으로 230억원(0.85%) 증가했다.

요주의를 넘어 부실채권으로 돌아선 대출도 1년 새 8000억원 가까이 늘며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4대 은행의 올해 3분기 기준 고정이하여신(NPL)은 4조8759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4조984억원) 7775억원 증가했다. 이들의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같은 기간 0.28%에서 0.33%로 올라섰다.

내수 부진 최대 과제···"선제적 리스크 관리"

확대되고 있는 부실 대출의 배경에는 경기침체와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이른바 3고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기본적으로 내수경기가 살아나기 힘든 상황에서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는 차주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수출 환경도 좋지 않지만,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가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연 2.5%로 동결했다.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선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 하락을 견인해 시중 통화량을 늘리는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관망모드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에 은행권에서는 당분간 대출 정리 작업이 확산될 전망이다.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부실이 과도하게 누적돼 리스크가 가중되는 현상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다. 실제 4대 은행은 올해 1∼3분기에 걸쳐 4조6461억원 상당의 부실 채권을 상·매각했다. 이 역시 합산 통계가 시작된 2018년 이래 3분기 누적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큰 틀에서) 미국 관세정책에서 따른 글로벌 무역 갈등이 여전하고 환율 불안에 중소기업과 취약 차주 등의 고위험 섹터에서 부실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증시 활황과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따라 연쇄작용으로 통화량이 늘면, 여신 건전성도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는 근시안적 판단일 수 있고 근본적으로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가 병행되는 투트랙(two track)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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