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ATM. 사진=연합뉴스
시중은행 ATM. /사진=연합뉴스

| 스마트에프엔 = 한시온 기자 | 은행권 임원들의 성과급이 급증하는 가운데 금융사고도 늘어나자 금융당국이 사고 발생 시 경영진의 보수를 환수하는 '보수환수제도' 법제화에 나섰다. 그러나 금융사고의 직접 가해자인 내부 직원의 배임·횡령에 대한 처벌 논의는 뒷전인 채, 임원 성과급 환수만 추진하는 것은 책임의 방향이 잘못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나은행 임직원 성과급은 총 1160억6400만원으로 2020년 대비 약 67.6% 증가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지난해 전체 임직원 성과급도 각각 1480억원, 1077억원으로 2020년 대비 각각 62%, 49% 증가했다.

은행의 성과급이 증가하는 동안 금융사고도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4대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74건으로 지난해 62건과 비교해 19.4% 증가했다.

이에 금융당국이 보수환수제 도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금융사고 발생 시 책임자의 성과급을 환수하는 보수환수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임원 및 금융투자업무 담당자의 성과보수 중 40% 이상을 3년 이상 이연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이연지급 기간 중 담당 업무와 관련해 회사에 손실이 발생하면 지급 예정 금액을 재산정해 조정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다수의 금융회사가 지급 기간을 최소 기간인 3년으로만 적용하고, 일부는 아예 지키지 않은 사례도 확인됐다. 금융회사 내규상 조정·환수 가능사유 및 절차 등이 불명확한 경우가 많고, 실제 환수 사례 또한 미미한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제도 논의의 방향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4월까지 금융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중 업무상 배임이 2524억94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횡령·유용 1909억5700만원, 사기 1626억100만원 등 배임·횡령이 전체 사고 금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은 지난달 30일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형법상 배임죄 폐지를 기본 방향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금융사고의 직접 당사자인 배임·횡령 가해자 처벌은 완화하면서 감독자에게만 도덕적 책임을 묻는 것은 형평성과 실효성 모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사고의 주된 원인은 배임·횡령인데, 여당이 배임죄 폐지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임원 성과급 환수를 논의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배임·횡령을 저지른 당사자는 형사처벌을 면하고, 감독자인 임원에게만 도덕적 책임을 묻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성과보수가 과도하면 단기 실적에 치중해 무리한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임원 성과급 비중 자체를 줄이고, 현금보다 주식 등 장기 인센티브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금감원이 지난 5월 발표한 ‘금융권 전체 성과보수체계 점검 및 향후 계획’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금융회사 임직원 성과보수의 지급 형태는 현금 66.8%, 주식·주식연계상품 20.6%, 기타 12.6%로 현금 비중이 압도적이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애플 등 주요 상장사처럼 주식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면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장기적 회사 가치와 직접 연결된다”며 “주식은 변동성이 커 자연스러운 견제 장치가 되고, 처분 시점에 소득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단기 차익을 노리고 매도할 유인이 적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유 기간을 길게 설정하고, 회사 이익을 해하는 경우 주식 보상을 박탈하는 방식으로 통제력을 높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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