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료, 배달 시간 부담 느껴···'포장' 수요 증가세
배민·쿠팡이츠도 '포장' 소비자 대응나서

서울 시내 한 음식점 앞에 배달 오토바이가 정차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음식점 앞에 배달 오토바이가 정차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 스마트에프엔 = 김선주 기자 | 배달료와 지연되는 배달시간에 피로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포장(픽업)' 주문에 적극 나서고 있다. 팬데믹 이후 급성장했던 배달 시장이 엔데믹 전환과 물가 부담 속에서 주문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배달료 오르면 이용 줄인다" 10명 중 7명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열린 '소비자들의 배달앱 이용과 배달서비스 관련 인식 토론회'에서 발표된 조사 결과, 배달료는 소비자의 이용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가 8월 온라인 앱·웹 전문조사기관을 통해 배달앱 이용자 1000명을 조사한 결과, 무료 배달이 없으면 이용을 줄이겠다는 응답이 71.3%, 건당 추가 배달비가 부과되면 이용이 줄 것 같다는 응답도 70.3%로 나타났다.

배달료 변화만으로도 10명 중 7명 이상이 배달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쿠팡이츠 로고./사진=쿠팡이츠 
쿠팡이츠 로고./사진=쿠팡이츠 

쿠팡이츠, 무료배달 이후 전체 이용 규모 확대···포장 포함 '전 부문 성장'

소비자들의 배달료 불만이 커진 가운데 가장 먼저 흐름을 바꾼 것은 쿠팡이츠였다. 쿠팡은 지난해 3월 자사 '와우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배달비 무료 정책을 도입해 업계 판도를 흔들었다.

쿠팡 관계자는 "무료 배달 정책을 시작하면서 이용자와 주문건수가 함께 증가하고 있다"며 "배달과 포장의 ‘증가·감소’ 개념보다 모두 성장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무료 배달 도입 이전에는 이용자 규모가 워낙 적어 기저효과가 존재한다"면서 "월간활성이용자(MAU) 기준으로는 여전히 적은 수준이기 때문에, 이전 대비 조금만 올라도 '증가세'처럼 보이는 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쿠팡이츠는 유일하게 포장 수수료 무료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배민 라이더스./사진=연합뉴스
배민 라이더스./사진=연합뉴스

배민 "무료 배달 확산 속 배달료는 플랫폼과 점주가 분담하는 구조로"

배달의민족(배민) 관계자는 "현재 무료 배달이 주요 서비스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배달료를 소비자가 아닌 플랫폼과 점주가 분담하는 구조가 됐다"며 "원래 소비자가 부담하던 비용을 플랫폼이 일부 떠안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또한 배민은 픽업(포장) 서비스를 단순 대체재가 아닌 '추가 선택지'로 규정하고 있다.

그는 "픽업 서비스는 배달과 경쟁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점주와 소비자에게 새로운 옵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배달비가 들어가지 않는 만큼 픽업 주문이 늘어날수록 점주의 건당 수익률은 개선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배민, ‘포장 활성화’ 전략 강화 UI 개편 후 픽업 주문 40%↑

배민은 올해 들어 '포장 활성화' 전략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 기존 '포장 주문'을 '픽업' 서비스로 리브랜딩했으며, 포장 주문에 대해 중개수수료 6.8%를 부과하는 대신 연간 300억원 규모의 마케팅·프로모션 투자를 예고했다.

이 전략의 연장선에서 배민은 최근 픽업 서비스 UI 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도착지 중심 노출 방식에서 벗어나 사용자의 현재 위치 기준으로 픽업 가능 매장을 우선 노출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배민은 이 개편 효과가 즉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마지막 주 픽업 주문 건수는 8월 마지막 주 대비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배달시간 지연·비용 부담···2030 중심으로 포장 이동

배달료 부담에 더해 예상 배달시간 지연도 포장 서비스를 택하는 이유로 보인다. 주문 직후 예상 시간이 20분으로 표시됐지만 시간이 지나도 도착하지 않아 앱을 확인하면 예정 시간이 20~30분 더 늘어난 사례는 흔하다.

가장 먼저 움직인 세대는 2030 세대다.

동작구에 사는 30대 여성 A씨는 "원래라면 배달앱부터 켰겠지만 요즘은 최대한 귀갓길에 가게에 들러 포장하려고 한다"며 "이미 집에 와 있더라도 자전거를 타고 다시 나가서 포장해 오는 편이 더 낫다"고 말했다. 그는 주거 중심 지역에 거주해 음식점 밀집 지역까지 도보 15분이 걸리지만, "배달료를 아낄 수 있고, 배달을 기다리는 것보다 빨라서 포장이 훨씬 낫다"고 강조했다.

관악구의 20대 남성 B씨는 "집 바로 근처 가게인데도 배달료를 내고 늦게 받는 게 이해되지 않아 이제는 가게 위치만 확인하고 직접 가서 포장하는 편"이라며 "앱에 뜬 예상시간보다 늦는 일이 반복돼 계획한 일에 지장이 생길 때가 있거나, 식은 음식을 먹어야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관악구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C씨는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가게에서 직접 포장을 하면 할인이나 덤을 주는 등 혜택이 많아 조금 번거롭더라도 포장하는 편"이라며 "예전에는 배달에 의존했지만, 요즘은 직접 가게를 찾아가는 재미도 생겼다"고 말했다.

송파구에서 덮밥을 판매하는 40대 남성 D씨도 "배달로만 주문하던 손님들이 직접 방문해 먹고 가거나 포장해가는 일이 늘었다"며 "배달만 해 먹다가 처음으로 방문해봤다고 하는 소비자가 늘었다. 최근에 20대로 보이는 소비자에게 왜 편하게 배달로 안 시키고 직접 왔냐고 묻자 '시험 기간이라 시간에 예민한 시기인데 기다리는 게 오래 걸려 오게 됐다'고 했다"고 말했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배달료·배달시간·물가 부담이 겹치면서 나타난 이번 소비 변화가 일시적 트렌드가 아닌 구조적 전환의 초기 단계일 수 있다고 본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달료가 단순한 비용을 넘어 소비자 경험 전체에 영향을 주는 단계에 들어섰다"며 "배달료와 예상시간이 길어질수록 소비자들은 빠르게 대체 선택지를 찾는다. 포장 수요 증가도 이런 구조적 변화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이 배달료와 배달시간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배달과 포장 간 이동이 더 활발해졌다"며 "배달 주문이 감소했다기보다는 소비가 여러 방식으로 분산되는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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