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방일 여행 수요 한국으로 이동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쇼핑몰 내부 전경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쇼핑몰 내부 전경

| 스마트에프엔 = 최준 기자 | 중·일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7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하면서부터다. 이로 인해 중국의 수출 규제 등 대일 제재가 이어지며, 국내 주요 증시에도 파장이 미칠 것이란 관측이 커지고 있다.

25일 NH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17일 자국민 대상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했고, 19일에는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여기에 유엔 무대에서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 반대를 공식화하는 등 외교·경제 압박이 본격화되고 있다.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는 있었다. 지난 2010년과 2012년 센카쿠 열도 분쟁 당시 중국 내 반일 정서가 급속히 확산하고 불매운동이 이어지면서, 일본 자동차와 소비재가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일본 정부가 구속 중이던 중국인을 즉시 강제 송환하는 등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이후 시진핑 주석과 아베 신조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관계 개선을 이룬 바 있다.

다만 이번 상황은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중국의 경제·군사적 위상 강화로 보복 수단이 더 다양해졌다”며 현 갈등은 외교·경제를 넘어 안보 영역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전면 충돌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갈등이 장기화하더라도 중국 역시 경제적 손실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희토류 같은 고강도 제재는 제한적일 것이란 설명이다. 즉 '관리되는 긴장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사이익 노리는 국내 주요 업계들

이 같은 국면에서 국내 업종별 반사이익이 기대감도 나온다. 중국인의 방일 여행 수요가 한국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주목되는 분야는 항공·관광 산업이다. 실제 중국 온라인 여행 플랫폼 큐나(Qunar)에 따르면 최근 중국인들이 한국을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로 꼽았다.

항공업계는 당장 노선 확대보다는 탑승률에 주목하고 있다. 10월 기준 중국 노선 탑승률은 77% 수준이며, 원·위안화 환율 흐름 또한 여행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즉, 수요 상황에 맞춰서 공급을 조절해 운임 인상을 시도한다는 구상이다.

엔터 업계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중국은 현재 경제 둔화 국면에서 소비 진작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소비 진작 수단으로 공연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만약 일본 아티스트 제약이 커질 경우 한국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보고서 설명이다.

호텔·카지노 업계 역시 수혜가 예상된다. NH투자증권은 "한일령 반사수혜는 아웃바운드 여행사보다 인바운드 중심 호텔 및 카지노 사업자에게 긍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원화 약세 구간이 맞물리면서 가격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어, 국내 3~ 4성급 호텔 뿐 아니라 5성급 호텔까지 수요 온기가 확산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유통업계는 K뷰티 브랜드가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보고서는 "일본 수요 이탈분을 한국 브랜드가 전량 대체하긴 어렵다"며 "국내 ODM(제조자개발생산)사와 K-뷰티 브랜드 중심의 간접적 수혜가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만약 중일 관계 악화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 소비재 반사 수혜와 이에 따른 일부 중국 내 수입 점유율 상승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쇼핑 분야에서는 면세점보다 백화점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의 경우 올리브영 등 대체 유통채널들이 강세를 보임에 따라 외국인들 선호도가 낮아졌고, 인천공항점 임대료가 전체 출국객 수에 여객 1인당 임대료를 곱해서 산정되는 방식이다 보니 인바운드 증가 시 오히려 단기 영업손실이 커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반면 백화점은 외국인 방문이 많은 명동, 코엑스, 여의도 등 주요 입지에 위치한 백화점들의 고성장이 전망된다. NH투자증권은 "이미 주요 백화점 기업들의 올해 외국인 매출 성장률은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고, 반사수혜가 본격화될 경우 성장률이 한층 가속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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